퇴직한 판ㆍ검사들에 대한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이 공포되자 정부가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개선책을 내놓겠다니 다행이지만, 과거 수차례 되풀이했던 것처럼 약속과 다짐 수준에 그치게 될까 걱정스럽다. 판ㆍ검사들의 경우 다소 미흡하지만 변호사법을 개정해 구체적 기준을 설정한 만큼 다른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문제도 뚜렷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이미 관행처럼 정착된 공직자 전관예우는 재직기간에 쌓은 전문성을 활용하자는 취지로,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공ㆍ사기업의 효율적 운영에 득이 되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퇴직한 고위 공직자들은 전문성 발휘나 활용 차원을 넘어 사실상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과도한 급여나 성과급 등이 이런 실정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의 4분의 1이 퇴직한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뻔히 알려진 금융ㆍ조세 분야만이 아니라 국방ㆍ행정 분야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런 부정적 전관예우를 지금도 금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이나 공무원행동강령 등에서 금지하고 있으나 아무런 실효가 없는 게 문제다. 사안이 불거지고 여론이 나빠질 때마다 정부는 법령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스스로 다짐도 했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법령을 근거로 취업을 불허했다거나 스스로 취소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취업은 보장돼야 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지금처럼 포괄적으로 인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으로는 부작용을 막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은 로비활동이 합법적이지만 '뇌물 및 이해충돌법'을 통해 전관예우 행위를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고, 우리와 실정이 비슷한 일본은 사회적 감시망이 매섭고 다양하게 짜여 있다. 행정안전부의 약속이 말만이 아니라 법령 제ㆍ개정으로 확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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