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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탈세 또 누구냐" 거침없는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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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탈세 또 누구냐" 거침없는 칼날

입력
2011.05.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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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탈세를 겨냥하는 국세청의 칼끝이 날카롭다.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 4,0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구리왕'차용규씨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해외탈세는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국세청의 의지가 공언이 아니었음이 하나 둘 결과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권 회장이든 차씨든 국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되는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 당사자들은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국세청 칼날의 끝은?

국세청은 올해 해외탈세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우리나라에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는 역외탈루야말로 가장 죄질이 나쁜 탈세라는 게 세무당국의 인식. 연간 1조원 이상 해외탈세를 적발하겠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역외탈세담당관 직을 신설했고, 해외에 직접 나가 탈세정보를 수집하는 해외세정전문요원도 뽑았다. 또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해외탈세 적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정보취득도 쉽지 않고 해외 과세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도 필수다. 때문에 "과연 국세청이 해외탈세를 잡아낼 수 있을까"란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권 회장에게는 단일 건수로는 사상 최대인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이번엔 7,000억원 안팎 추징이 예상되는 차씨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세금 추징만 제대로 이뤄져도 이미 1조원의 연간 목표는 초과 달성하는 셈이다.

여기가 끝도 아니다. 이 참에 해외탈세는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이현동 청장의 의지가 상당하다. 해외탈세 근절의 칼날이 개인,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전방위로 향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 특히 국세청은 권 회장이나 차씨처럼 '소문나지 않은 억만장자(혹은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란과 쟁점

문제는 해외탈세 입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점. 권 회장의 경우 통상적으로 추징세금을 일단 낸 뒤 행정소송 등을 통해 돌려받는 관행과 달리, 추징세액 자체를 기한 내 납부하지 않았다. 권 회장이 "법적으로도 자신 있다"고 버티고 있는 탓이다. 차씨 역시 "탈세가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쟁점은 과연 이들이 국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되는 세법상 '거주자'인지 여부다. 거주자가 아니라면 한국정부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므로, 이들에겐 탈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권 회장은 "국내에 머무른 기간이 연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비(非)거주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세법 조항이 '1년 중 6개월 미만을 살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 하지만 국세청은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가족과 재산이 국내에 있다면 실질적인 거주자로 봐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차씨 역시 같은 쟁점을 다툴 공산이 크다. 차씨는 권 회장에 비해 국내 거주기간이 더 짧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국내 부동산 투자를 해왔다는 의혹도 다툴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결국 승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 주목할 점은 거주자 여부에 대한 판단에 따라 한쪽의 완승 또는 완패로 결론난다는 점이다. 한 세무전문가는 "권 회장의 경우 추징 세액 전액을 추징하든지 아니면 한 푼도 받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라며 "중간의 경우는 아예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도 법리적용에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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