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아 돌보던 영아를 죽인 아내를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이 죽였다고 허위 자백한 남편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아내는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상철)는 영아 A군(당시 생후 8개월)을 숨지게 한 아내의 범행을 감춰주기 위해 거짓 자백한 오모(38)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 단계에서의 자백 동기가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황 증거와도 모순되는 점이 있어 범행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법원 형사1부(부장 조해현)는 오씨의 아내 정모(27)씨에게 1심의 징역 12년보다 감형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지만 산후우울증을 앓던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생활고로 힘들어하던 정씨는 2009년 7월부터 1주일에 보육료 2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A군 등 2명의 영아를 맡아 자신의 아들과 함께 돌보다, 같은 달 24일 새벽 5시경 A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씨는 남편을 깨워 119에 신고하고 A군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군은 갈비뼈 골절과 장파열 등으로 사망했다.
오씨는 A군에 대한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아내가 의심을 받자 “내가 A군의 가슴과 배를 두 차례 밟았다”고 거짓 자백,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오씨는 법정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아내가 교도소에 갈 것을 생각하니 너무 막막해 거짓말을 했다”며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재수사를 시작했고 정씨가 사건 당일 새벽 A군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순간적으로 배 부위를 강하게 가격해 숨지게 한 사실을 확인, 정씨를 살인 혐의의 진범으로 기소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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