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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청소년] <1> 아이들 몸이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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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청소년] <1> 아이들 몸이 망가진다

입력
2011.05.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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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거르고 운동 안하고… 우리 애들이 살에 파묻혀 간다고도비만 재작년 1% 돌파… 남고생은 1.8% 달해심리적 좌절 이어져… "난 뚱뚱" 무리한 감량도 문제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라'는 격언은 잊혀진 지 오래다. 어른들보다 더 치열한 경쟁, 경직된 교육제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부모들 속에서 청소년기는 일생 중 가장 힘들고, 괴로운 기간이 돼버렸다.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인 5월을 맞아 한국일보는 우리 청소년들의 심신을 좀먹는 현상들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충북 한 소도시의 고교 3학년인 최형진(가명)군은 키 165cm에 몸무게는 130kg이다. 푸짐하게 챙겨먹어 체력을 유지해야 할 수험생이지만 요즘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꾹꾹 눌러 담아 한 공기 반을 채워 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밥 공기의 3분의 2만 담아 먹는다. "군침 도는 고기, 전, 김 대신 끼니때마다 짜지 않은 나물이나 생선을 먹는 일은 고역"이라는 최군은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하고 싶은 일이 다이어트"라고 말했다.

고열량 음식 탐닉, 늘어나는 청소년 비만

청소년들의 몸이 망가지고 있다. 불어나는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는 비만 청소년들도, 자신의 몸을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보통체중의 청소년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2009년 초중고생들의 비만율(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더 무거운 학생의 비율)은 13.2%로 전년도(11.2%)에 비해 2%포인트 높아졌다. 2006~2008년 0.8%였던 고도비만학생의 비율도 2009년 1.1%로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남자고교생들의 고도비만비율은 1.8%였다. 100명중 2명이 표준체중보다 50% 이상 더 나간다는 의미다.

체중감량을 시작하기 전까지 최형진군의 하루는 비만청소년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취생인 최군은 아침을 대부분 즉석조리식품으로 해결했다. 오전 6시30분쯤 아침을 먹는 탓에 금방 허기가 져 2,3교시가 끝나면 교내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먹었다. 저녁은 오후 6시30분쯤 먹지만 오후 10시30분쯤에는 라면이나 과자로 출출함을 달랬다.

아침결식(缺食)의 만연,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운동부족, 고열량 저영양 식품 탐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소년 비만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콜릿ㆍ사탕ㆍ아이스크림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먹는 학생이 87.4%, 피자, 햄버거,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는 학생은 62.4%였다. 반면 채소를 매일 충분히 먹지 않는다는 학생은 44.7%, 과일을 매일 충분히 먹지 않는다는 학생은 47.4%에 달했다. 운동도 안 한다. 일주일 동안 30분 이상 땀 흘려 운동한 날이 하루도 없다는 고등학생이 30.5%였다. 강재헌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비만의 8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며 "자의식이 강해지는 청소년들에게는 비만은 심리적 좌절을 가져오고 인격형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아침결식이 건강악화 주범

청소년 비만 등 건강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아침결식이다. 아침결식은 무엇보다 이른 등교 탓이 크다. 아침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수면 부족으로 밥 맛도 없다. 고은희(미림여자정보과학고3)양은 "이른 등교 때문에 아침을 굶고 오는 아이들이 태반"이라며 "4교시쯤 되면 허기 때문에 거의 누워있다시피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선진국에 비해 1시간 가량 수면시간이 짧고 70%가 수면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아침결식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소화불량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보건교육ㆍ정책 연구모임인 보건교육포럼 우옥영(47) 이사장이 2009년 서울시내 중고교 5곳 519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교시 중 학생들이 가장 배고픔을 느낀 때는 오전 11시 전후에 시작되는 4교시(53.4%)와 오전 10시 전후에 시작되는 3교시(26.8%)였다. 배고픔으로 인한 신체증상으로 학생들은'힘이 없다'(50.7%ㆍ복수응답), '속이 쓰리다'(46.8%), '잠이 온다'(27.4%), '토할 것 같다'(11.9%) 등을 호소했다. 배고픔으로 인한 감정상태로 학생들은'무기력하다'(62.2%), '짜증이 난다'(35.3%), '공격성이 생긴다'(10.8%) 등을 토로했다.

우 이사장은 "아침을 거른 뒤 폭식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점심시간 당기기가 당장 어렵다면 등교시간 조정, 2,3교시 간식제공, 매점판매 음식의 질 높이기 등의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무리한 살 빼기 건강 위협

잘못된 체중감량 역시 비만 못지 않게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200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상체중인 여학생 가운데 스스로 약간 살이 쪘거나 매우 살이 쪘다고 여기는 경우가 38.0%에 달했다. 저체중인데도 비만하다고 생각하는 여학생도 3.9%나 됐다. 결국 정상체중인 여고생들의 55.5%?체중감량을 시도했고 이들 가운데 24.8%가 의사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먹거나 이뇨제와 설사제를 복용하는 무리한 방법을 썼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고교 보건교사는 "수업시간에 이상적인 몸매를 그려보라고 하면 여학생들은 예외 없이 바비인형 같은 체형을, 남학생들은 복근에 임금 왕(王)자가 새겨진 이른바 식스팩 몸매를 그린다"며 "대중매체가 왜곡된 신체이미지 확산을 자제한다면 청소년들이 건강한 몸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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