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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슈퍼 마리오 유로의 위기를 돌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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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슈퍼 마리오 유로의 위기를 돌파하라"

입력
2011.05.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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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가 왔다'

17개 유로화 사용국(유로존)들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에 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사진)가 16일 내정됐다. ECB총재는 국제 금융ㆍ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에 버금가는 자리다.

빚 많은 나라(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약점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화려한 경력에서 보듯 준비된 총재감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 하지만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이 시사하듯, 개성 강한'매파'성향의 인물이라 시장은 벌써부터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로존의 금리 정상화와 재정위기 극복이라는 난제 대응 과정에서 또 다른 거대경제권 미국과 충돌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선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올 10월 임기를 마치는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후임에 만장일치로 드라기 총재를 선출했다. 재무장관들은 "드라기 총재는 유로화와 유럽 통합의 원칙을 고수해온 중앙은행장"이라며 "트리셰 현 총재를 이을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추켜 올렸다. 드라기 총재는 다음달 유로존 정상회의 승인을 받으면 8년 임기의 총재직이 확정된다.

그 동안 드라기 선출의 최대 걸림돌은 독일이었다. 올 2월 가장 유력한 ECB 수장후보였던 악셀 베버 전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 총재가 "민간(도이체방크)에서 일하겠다"며 후보 대열에서 빠진 뒤, 드라기 총재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로존 4대 경제대국 가운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곧장 '드라기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불구, 독일만은 막판까지 반대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프랑스 출신(트리셰) 다음은 당연히 독일 몫이어야 한다는 미련에다 재정난 국가(이탈리아) 출신이라는 데 대한 반대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 메르켈 총리는 최근에서야 드라기 총재카드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시장에서는 ECB 총재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유럽연합(EU)내 주요 기구 대표를 독일 출신이 맡기로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 선출은 그만큼 철저한 정치적 거래의 결과인 셈이다.

슈퍼 마리오

이탈리아 언론이 붙인 드라기 총재의 별명은 슈퍼 마리오. 그의 화려한 경력과 업적을 게임 속 주인공에 빗댄 말이다. 실제 그는 1980년대 초부터 대학교수, 세계은행 이사, 골드만삭스 부회장, 이탈리아 재무부ㆍ중앙은행 등을 차례로 거치며 시장과 정부ㆍ국제기구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탈리아의 유로화 가입을 주도한 것 역시 그다.

인맥도 화려하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도 친하다. 티머시 가이스너 현 미 재무장관과도 자주 통화한다는 전언. ECB 관계자들은 "유창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각자 이해가 다른 ECB내 각국 대표들의 의견을 통합하는 데 탁월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그는 매파적 성향을 구축해 왔다. 극단적인 물가안정주의자는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인플레 파이터'라는 평가. 그는 지난달 ECB가 근 3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에도 "현 금리수준은 여전히 경기부양적"이라며 추가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ECB 어디로

ECB는 서로 다른 경제체질을 가진 회원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공간. 동시에 역내 경제강국의 입김이 금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이를 조율하는 총재의 성향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구조다.

지금 유로존은 2% 후반까지 치솟은 물가(물가목표는 2% 이하)를 잡으랴, 한편으론 재정난 국가들의 이자부담을 걱정하랴, 한 방향으로의 금리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시장은 당분간 드라기가 전임 트리셰의 바통을 이어받아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기호(號) 출범 이후 Fed와 관계설정도 관심이다.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벤 버냉키 의장과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금리인상시 역내 통화긴축보다 역외 자금유입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드라기 총재가 미국에 긴축정책 공조를 요청할 때 이해가 엇갈린다면 자칫 양 경제권 사이에 환율ㆍ통화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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