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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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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앤장

입력
2011.05.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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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법률회사(로펌)이다. 수백 명의 변호사들과 함께 국무총리와 장관, 차관 등을 지낸 고위공무원 출신 수십 명이 고문 자문위원 등의 직함을 달고 근무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권력기관은 물론 거의 모든 행정부처를 망라했다. 이들 중에는 과장급은 물론 사무관이나 주사 출신 등 여러 명의 실무급 공직자를 데려다 팀을 꾸려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중앙정부의 축소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앤장 고문단으로 내각을 꾸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MB정부 들어 김앤장의 파워는 막강하다. 한승수 전 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한덕수 주미대사,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 서동원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 비서관 등 요직에도 많다. 김앤장에서 일했던 한승수 전 총리는 퇴직 한 달 만에 고문으로 되돌아갔다.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됐다 낙마한 이재훈 전 차관, 최근 국토해양부 장관에 내정된 권도엽 전 차관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한때 '이명박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한 장학재단의 이사로 올라 있다.

■ 대형 로펌의 퇴직관료 영입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의 인맥과 전관예우 관행을 활용해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심지어 현직에서 관련 사건을 맡았던 간부나 실무진이 그 사건 피의자를 변호하는 로펌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퇴직관료가 로펌을 거쳐 다시 장ㆍ차관으로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는 이런 관행을 더욱 조장하기 마련이다. 공직으로 복귀한 고위관료는 김앤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힘들고, 현직들은 언제 상사로 올지 모르는 김앤장 고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작년 청문회에서 "그만두면 모래 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합니까. 김앤장도 못 가게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항변했다. 그는 김앤장 고문으로 1년간 6억원을 받았다. 이재훈 전 차관은 15개월간 4억9,000만원, 권도엽 전 차관은 5개월 간 1억2,7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고액 연봉을 전문성의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대관(對官) 로비 등 특별한 영향력에 대한 대가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더욱이 공직 경험과 전문성은 국민들이 세금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다. 직장인들은 1억원을 '꿈의 연봉'이라 부른다. 김앤장 고문의 임금은 노동의 대가인가, 특권의 대가인가.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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