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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 칸 성폭행 사건 파장/ "사생활 눈감아 주다가…" 치욕 당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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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 칸 성폭행 사건 파장/ "사생활 눈감아 주다가…" 치욕 당한 프랑스

입력
2011.05.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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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흔들리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62)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행 사건이 몰고 온 후폭풍이 정치권을 넘어 프랑스 사회 전반으로 번질 기세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16일(현지시간)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스트로스 칸 총재의 모습이 공개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당의 마르틴 오브리 당수는 체포 장면을 "치욕적"이라고 했고, 나탈리 코시우스코 모리제 환경장관은 "이번 사건의 두 번째 희생자는 분명 프랑스"라고 말했다.

충격파는 곧바로 타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대한 프랑스 문화에 미치고 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톨레랑스(관용)'의 정신이 엉뚱하게도 범법 행위 비호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진보 온라인언론 뤼89의 설립자인 피에르 하스키는 "우리는 여태껏 개인 비밀의 철저한 보장이 미ㆍ영 보다 우월하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스트로스 칸 사례는 사생활이 사적 영역에만 국한될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들추기를 꺼리는 프랑스 문화는 왕실 전통에서 비롯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모든 정보를 틀어쥔 왕실은 자신들과 관련된 소문들을 신중히 다뤘고 사생활 문제, 특히 섹스스캔들은 대중과 언론의 비판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정치인의 성추문에 너그러운 남성 우월주의 풍토도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에는 전통적으로 성적 능력을 과시하는 남성 정치인을 정력가로 추켜세우는 분위기가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한 여성 정치인은 "(클린턴의) 건강이 양호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판의 초점은 프랑스 언론에 모아진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침묵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스트로스 칸 총재의 여성편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의 소문들이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을 달구는데도 정작 언론들의 추적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있다. 프랑스에서는 권력층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가 게재되면 해당 언론사는 소송과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 2005년 8월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내보냈고, 1년 뒤 이 잡지의 편집장은 돌연 해임됐다. NYT는 "프랑스 언론에선 미국식 탐사보도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사회 일각에서는 반미감정도 확산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또 그 모습을 버젓이 공개한 데 대한 불만이다. 프랑스는 2000년 무죄추정 원칙에 근거해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수갑 찬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프랑스인들이 스트로스 칸의 잡범 취급에 모욕을 느낄 만도 하다. 엘리자베스 귀고 전 법무장관은 "고소인 중심의 미국 사법시스템은 야만적이기까지 하다"며 "미국과 사법체계가 같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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