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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세상만물 새로 보기'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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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세상만물 새로 보기' 展

입력
2011.05.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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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계몽사상가와 학자들이 백과전서 편찬에 열중하던 무렵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은 조선의 백과전서 <성호사설> 을 썼다. 40세 전후부터 책을 읽으며 연구하고 사물을 관찰해서 기록한 것을 나이 80세가 되자 집안 조카들이 정리해 책으로 묶었다. 백과전서가 근대적 지식으로 대중을 계몽함으로써 프랑스혁명의 씨앗이 되었듯 <성호사설> 은 당시 조선을 지배하던 성리학의 관념적 도덕적 잣대 대신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로 세상을 다시 보도록 했고 진보적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성호사설> 은 총 30권 3,007개 항목의 백과사전이다. 천문과 지리에 관한 천지문(天地門) 3권, 의식주 등 일상 생활에 관련된 여러 사물과 현상을 다룬 만물문(萬物門) 3권,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인물을 논한 인사문(人事門) 11권, 사서육경과 역사서를 다룬 경사문(經史門) 10권, 역대 문인들의 시와 문장을 평한 시문문(詩文門) 3권으로 돼 있다.

경기 남양주시의 실학박물관이 13일 시작한 '성호 이익의 세상만물 새로 보기' 특별전은 <성호사설> 중 만물문에 나타난 실학 정신을 관련 유물과 민속품, 생물 표본 등 70여점으로 꾸려진 전시다. 민간신앙을 다룬 항목을 이해하기 좋도록 백성들이 쓰던 점치는 도구를 내놓는다든지, 그가 관찰하고 서술한 동ㆍ식물과 곤충을 옛 그림과 박제 표본으로 보여 주는 식으로 입체감을 살렸다.

만물문의 368개 항목은 실증과 관찰로 서술한 것들이다. 동ㆍ식물과 곤충 등 생물 관찰기 외에 당대 복식과 음식 생활도구 민간신앙에 대한 단상, 메모장 만들기부터 무기 개량 방안까지 그야말로 만물학을 다룬다. 기러기와 쇠똥구리의 습성을 관찰해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고, 바닷게를 분류해 생태를 기술하고, 수십 년간 꿀벌을 치면서 느낀 바를 담아 이상적 사회에 관한 장편 시를 짓기도 했다. "하찮은 풀과 거름이라도 풍성한 곡식을 기르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다" "생물을 보면 깨달음이 있다"고 한 그의 말은 고담준론이 아니라 실사구시를 추구했던 그의 학문 세계를 압축하고 있다.

<성호사설> 은 치밀한 고증과 분석, 과학적 비판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조선식 백과사전의 모델이 됐다. 조재삼(1808~66)의 <송남잡지(松南雜識)> , 이규경(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는 이를 계승한 것이다. 부대 행사로 7월 1일 동아시아고대학회와 함께 주최하는 학술회의에서는 <성호사설> 이 조선 후기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을 검토한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한다. (031)579_600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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