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레퍼토리로 골랐어요. 지금껏 서울시립교향악단(시향)과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만 했거든요.” 서울시향의 부지휘자 성시연(35)씨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운명)’을 자신의 지휘곡으로 택한 이유다.
바르톡의 ‘이상한 중국 관리’, 쿠르타크의 ‘스텔레’ 등 별난 현대곡들만 들려주던 이 여성 지휘자가 정한 5월의 행보가 싱그럽다. “시향이 대중과의 교감을 특별히 주문했죠.” 미상불 바라던 바다.
그에게서 페미니스트적 흔적은 없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대 오케스트라 지휘과 학생이던 2004년 졸링겐에서 벌어졌던 ‘여성 지휘자 콩쿨’ 우승은 “학생 신분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픈 희망의 결과”였을 뿐이다. 이를테면 그는 보편주의자다.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던 2001년 지휘로 길을 바꾼 동기가 “보다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다.
“소심한 듯 유연하게 단원들과 교감을 이뤄 가는 푸르트뱅글러의 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지휘자의 참된 존재감을 접한 거죠.” 자신의 지휘 철학도 자연히 ‘교감하는 리더십’이다. 노트르담 스웨덴라디오 바르셀로나 고템부르크(시드니) 등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게스트 지휘자로 인연을 맺어 온 데는 이 같은 자신의 철학이 뒷받침이 됐다. 2009년 탱글우드 무대의 경황없는 부탁도 그에게는 성공적 지휘의 전제였을 뿐이다.
그는 정명훈씨의 모친 이원숙씨의 빈소에 들러 ‘짧은 생_영원한 음악’이라는 진리를 새삼 느꼈다고 한다. “이번에 할 ‘운명’의 악보를 더 유심히 보게 됐죠.”이날 무대에서는 아르헨티나의 피아니스트 넬손 괴르너가 첫 방한, 성씨의 지휘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도 들려준다. 21일 베를린으로 귀환. 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88_121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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