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새 초등교과서] 아이들의 자신감을 빼는 2학년
2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새로 배우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순간 순간마다 확인하려 한다. 그런데 교과서가 아이들의 이런 자유로움과 호기심을 막고 있다.
우선 국어 교과서는 아이들이 이미 글을 다 이해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시작한다. 중간 수준의 아이들의 위한 글씨 익히기는 부록으로 밀려나 있다. 게다가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자연스럽게 말로 표현하는 것을 뛰어넘어 갑자기 ▦조사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의견과 까닭을 들어가며 조리 있게 말하기 ▦설명하는 글을 읽고 내용 정리하기 ▦설명하는 것 추측하기를 요구한다. 이제 막 생각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생각을 짜 내어 글로 쓰도록 틀에 가두는 것이다. 입말로 정리해도 되는 활동이 대부분인데 각 물음마다 답을 쓰게 하거나 활동을 정리하여 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유로운 듣기와 말하기, 읽기의 활동을 방해하게 된다. 교과서가 2학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잘 배울 수 있는 내용으로 짜여 진 것이 아니라 어문학 분야별로 기계적으로 나누어 배치한 것이다. 게다가 국어 과목이 듣기ㆍ말하기, 읽기, 쓰기의 책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활동과 내용이 특별한 차별성이 없이 반복된다.
2학년 수학 교과서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왜 이렇게 어렵나"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각형, 원, 사각형의 이름과 모양에 대해 배운 후 로켓모양 2개에서 삼각형, 원, 사각형의 개수를 찾는 활동이다. 여기서 함정은 겹쳐진 사다리꼴을 찾아야 정답이라는 점이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도형의 선이 새까맣게 덧칠해 지고 숫자를 여기저기 쓰는 고난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암호를 풀어라'라는 문제가 요구하는 '70씩 뛰어 세기'는 교과서의 횡포라 할만 하다. 2학년이 아닌 우리가 한번 풀어 보자. "3□□-□□7-4□□-□57-□□□"
슬기로운 생활의 5단원'우리 집이 좋아요'는 아이들에게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을 심어 주는 최악의 자료들이 실려 있다. 이 단원에서는 집 모양, 집의 안과 밖의 모습, 집의 쓰임에 대해서 배우는데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고층아파트, 기와집, 빌라 모두가 방 3개 이상의 부유한 가정을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단원을 배우고 나면 많은 아이들이 '우리 집이 싫어요'라는 생각을 어 갖게 된다.
2학기에 나오는 '물건도 여행해요' 단원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종류에 따라 나누고, 물건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안다'가 성취기준이다. 게다가 물건의 유통과정을 공간적으로는 해외로, 개념적으로 재료와 생산과정까지 이르게 너무 확대했다. 결국 물건의 유통과정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암기의 방법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공부가 점점 질리게 된다.
즐거운 생활 교과는 체육, 음악, 미술 영역을 통합한 것이다. 하지만 2학기 교과서에 나와 있는 운동장과 체육관을 배경으로 한 활동은 10개 장면에 불과하다. 튼튼한 몸을 기르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여야 할 아이들은 교과서에 의해 움츠려 들고 있다.
초등교육과정모임 정현주 (서울서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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