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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7> 가슴 뛰는 5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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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7> 가슴 뛰는 5분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입력
2011.05.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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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투 아웃. 관중의 함성 때문에 귀가 멍멍해집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제 심장박동 소리. 이제 제 차례임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빠져나간 텅 빈 그라운드에서 저는 승리팀 감독과 수훈선수를 인터뷰해야합니다. 5분이 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저는 오늘도 열심히 그렇게 뛰었나 봅니다.

사실 아직도 인터뷰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3,4개의 질문으로 그 날의 경기를 완벽히 정리해야 하니까요. 3시간 여 동안 끊임없이 선수들의 기록을 찾고, 해설자의 중계에 귀를 기울이고, 수첩이 까맣게 될 정도로 많은 질문을 써보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습니다.

현장에서의 돌발 상황들은 저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승부가 연장이라도 가게 되면 그 때까지 준비했던 모든 게 쓸모 없어지죠. 그래서 끝내기 역전타의 주인공들은 저에겐 원망(?)의 대상입니다. 승리 팀도 수훈선수도 단숨에 바껴 버리니까요. 텅 빈 수첩을 들고 그보다 더 하얘진 머리 속을 애써 꼬집으며 간신히 인터뷰를 마칩니다. 어느 새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흥건합니다. 팬들에겐 짜릿한, 그러나 저에게는 정말로 오싹한 경험입니다.

하루살이는 1년 여 동안 유충으로 지낸 뒤 단 하루를 성충으로 산다고 합니다. 서 너 시간 팽팽한 긴장 속에 열심히 인터뷰를 준비한 뒤 단 5분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어찌 보면 하루살이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제는 패션잡지보다 스포츠신문에 손이 가고, 가방 안에는 알록달록 꾸며진 다이어리 대신 빼곡하게 정리된 기록지가 있습니다. ‘조인성’이라는 이름에는 그토록 열광했던 배우 조인성이 아닌 LG의 안방마님 조인성이 먼저 떠오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충으로 지냈던 그 오랜 기다림조차 설렘으로 다가오는 값진 인터뷰이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하루살이로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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