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현직 공무원들이 퇴직한 선배를 위해 기업체 고문계약을 알선해주는 행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16일 이현동 청장을 비롯, 세무서장급 간부 2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정세정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세무관서장 회의는 매년 초 단 한 차례 열리는 게 관행인데, 국세청이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연중에 추가로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전관예우 관행 근절을 위해 국세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퇴직자 고문계약 알선을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국세청 조치는 ‘한 전 청장이 미국에 체류하며 대기업 등에서 수 억원 고문료를 받는 과정에 국세청 간부가 개입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를 수용하는 한편,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금융감독원 퇴직자의 ‘낙하산 감사’ 논란이 공직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된 보인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자본금 50억원 이상,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에 퇴직 전 3년 동안 관련 업무를 했던 공무원이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세청 간부는 퇴직 전 경력 세탁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당 업체의 비상근 고문직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직 후배들이 선배 퇴직자들에게 기업체 비상근 고문 자리를 알선해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며 “국세 공무원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위해 제도적인 금지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도 “국세 공무원의 엄격한 자기절제가 공정사회 구현의 출발점”이라며 알선 및 청탁 개입 금지는 물론 직무 관계자와의 골프모임을 자제할 것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향후 실천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기업체 고문직 등으로 취업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현직 공무원의 알선 여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며 “제도 도입 여부보다는 얼마나 강력한 실천 의지가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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