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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역행 금융 새판짜기/ 우리금융 일괄매각·최소 입찰 30%…사실상 '産銀 입맛'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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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역행 금융 새판짜기/ 우리금융 일괄매각·최소 입찰 30%…사실상 '産銀 입맛' 맞추기

입력
2011.05.16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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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방안은 지난해 말 중단된 매각방안과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나는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지 않고 지주사 전체를 일괄 매각키로 한 것, 다른 하나는 최소 입찰규모가 4%에서 30%로 늘어난 것이다. 이날 공자위에서 의결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95%를 인수해야 한다는 지주회사법 시행령 것 역시 금융위원회가 빠른 시일 안에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고려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때는 인수자 측이 지주회사 전체를 인수할지, 자회사를 따로 인수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체 민영화'를 추진했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자회사를 함께 인수하는 방안과 분리해 인수하는 방안을 둘 다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금융 자회사가 일괄 매각된다.

공자위는 '통매각'을 선택한 이유로 분할 매각 시 ▦절차가 복잡한데다 ▦무엇보다 지역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분할매각을 추진했던 지난해 경남은행을 놓고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치열하게 맞서면서, 'TK 대 PK'대결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불과 몇 달전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두 지역이 이전투구를 벌였던 상황에서, 만약 경남은행을 또다시 매물로 내놓는다면 겨우 잠잠해진 지역주의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당국의 인식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면서 "분리매각이 값은 띄울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갈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오히려 매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결정은 '일괄매각'을 선호해 온 산은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KB금융의 경우 비(非)은행부문이 약하기 때문에, 분할 매각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는 뛰어들 가능성이 있었지만 일괄매각으로 인수경쟁에 뛰어들 동기 자체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눈독을 들였던 지방은행들 역시 인수전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시행령 개정 시간문제일 듯

공자위는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요건인 최저 입찰 규모도 `4% 지분 인수 또는 합병'에서 `30% 이상 지분 인수 또는 합병'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로 사실상 한정된 셈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대기업 등 투자자들을 모집해 추진했던 독자민영화도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작년에 확인됐듯이 투자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기 힘들다"면서 "반면 산은금융지주는 분명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입찰에 참여할 텐데 우리로선 도저히 가격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지주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지주사법 시행령 개정, 즉 금융지주사가 다른 지주사를 인수할 경우 최소 95%를 인수토록 했던 것을 50%로 낮추는 것 역시 곧 성사될 전망이다. 민상기 공자위원장도 "95%를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경쟁 여건이 제한된다는 주간사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필요성을 인정했다.

결국 모든 점에서 "산은의 입맛에 딱 맞춘 매각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정부는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함께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적극적 인수희망자가 산은금융지주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산은을 위한, 산은에 의한 민영화'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민 위원장은 물론 금융위 모든 관계자들도 "이제 매각 재개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특정 후보 등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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