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R백신, 발병때 증상 완화 효과'자폐증 유발' 언급 英 논문은 철회
아침에 자고 일어난 아이가 손으로 볼을 만지며 "엄마, 여기가 아파" 했다. 워낙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자는 녀석이라 간밤에 어디 부딪혔나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날 오후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볼이 부어올라 있길래 혹시나 하고 병원에 들리셨단다. 의사는 볼거리일 수 있다며 해열진통제를 먹이라 했단다.
다음날 아침 내가 아이와 함께 소아과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이하선염은 맞는데 볼거리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이틀 뒤 다시 오라 했다. 이하선염은 귀 밑에 있는 침샘(이하선)에 염증이 생겨 부어 오르는 병이다. 이하선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론 볼거리 바이러스와 세균, 결석 등이 있다. 볼이 부었다고 해서 다 볼거리라고 볼 순 없단 소리다. 볼거리인지 아닌지 정확히 구별하려면 따로 피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대부분 붓기가 가라앉고 나아 실제로 검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말 볼거리라면 참 황당하고 속상하다. 예방접종(MMR 백신)을 제때 꼬박꼬박 했는데 말이다. MMR 백신은 홍역 풍진 볼거리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주사다. MMR 백신이 들어가면 우리 몸은 이들 바이러스에 대항해 항체를 만들어낸다. 면역력을 미리 키워주는 것이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은 "볼거리에 대한 면역력이 완벽하게 생기려면 항체 수가 충분해야 하는데, 백신을 맞는 사람이 다 그만큼의 항체를 만들어내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의 예방효과가 원래 100%가 안 된다는 소리다. 백신을 맞았어도 항체가 부족하면 병에 걸릴 수 있다. 다만 백신을 맞지 않아 항체가 아예 없는 사람보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인터넷이나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는 MMR 백신을 맞으면 부작용으로 자폐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 1998년 영국 의학학술지 에 실린 논문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랜싯은 그 논문을 철회했다. 저자인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볼거리 때문에 몇 주 전부터 기다려온 주말 나들이 계획이 날아갔다.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아쉽다. 엄마로 산다는 건, 지금까진 관심 없었던,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병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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