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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 代父의 끝없는 도전] <7> 세계화로 가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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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 代父의 끝없는 도전] <7> 세계화로 가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

입력
2011.05.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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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창업 5년 후인 1990년 국내 개업의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되는 험난한 과정을 지난 몇 회에 걸쳐 기술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세계화로 가는 길에 비해서는 연습게임에 불과 했다. 세계화를 통해 세계 3차원 초음파 진단기 시장의 선두에 부상하게 된 과정은 한 마디로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역사'가 아닌가 한다.

창업 3년째인 1988년 우리는 세계 무대를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사전 준비는 나름 충분하다고 착각했다. 경기도 안성의 후미진 자동차공업사 구석을 벗어나, 중소기업 진흥공단의 도움으로 강원도 홍천 농공단지에 번듯한 공장을 준공하였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강원도 홍천을 선택한 이유는 수도권에서는 공장 허가가 나지 않고 인천 지역 등은 노사 문제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청운의 꿈을 품고 세계 의료기 회사들의 본격적인 무대인 독일의 메디카(MEDICA)라는 세계 최대 의료기 전시회에 단기필마로 참가하였다. 지금도 눈에 가물거리는 것은 입구에 전세계 16개 참가국 국기와 더불어 자랑스런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11월 추위는 매서웠지만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16번 째다!

코엑스보다 더 넓은 전시장의 한 구석에 자리한 아시아 두번 째 참가국 대한민국 메디슨 부스에 가끔 눈길을 주는 바이어들이 건성으로 물어 보았다. "얼마요?" " 이 만 불입니다." "한국이 대단하네." 그리고 그들은 스쳐갔다. 한 마디로 한국은 1만 달러가 넘는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빈정거림이었다. 결론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팔리려면 1만달러 이하인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이 가장 비싼 수출품인 포니 승용차가 5,000달러가 안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귀국 이후 모두 모여 의논을 하였다. 1만달러 이하 제품 가능한가. 결론은 많이 팔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많이 팔려면? 가격이 저렴하고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30% 이상 압도해야 한다. 닭과 달걀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협력사들에게 간청을 하였다. 많이 팔 테니 가격을 엄청 내려 달라고. 왜 그분들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 들였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으나 가격 문제는 못 팔면 배상하는 조건부로 해결했다. 디자인과 금형 투자의 문제도 설득인지 간청인지 여하튼 넘어갔다. 브랜드는 88 서울올림픽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팔팔하게 날아오른다는 88로 정했다. 드디어 축소된 저가 설계의 글로벌 소형 모델을 출하하는 작전명 '팔타세'(88 타고 세계로)라는 출정식을 가졌다. 중화권에서 8이 좋은 숫자이니 88은 무조건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시장지향적으로 설계된 소형 초음파기기 88은 FDA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수출되면서 1991년 드디어 국내 시장 매출을 넘어서는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메디슨의 최초의 World Product 88에 참여한 김기원(0 메디칼 사장), 서정철(현 메디슨 연구위원), 김병재(누가의료기 연구소장)을 비롯한 신참 연구원들의 혼신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이어서 소형초음파 시장의 결정적 모델인 1500, 600 등이 동일한 시장 지향적 설계 개념에 의하여 완성되어 메디슨의 세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게 된다. 완벽한 경쟁사 분석과 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히 반영한 기술과 영업의 소통능력이 우리 경쟁력의 근간이었다. 하기는 사장이 영업 현장을 뛰면서 아우성치니 연구부서가 따라와야지. 미국의 G사, 독일의 S사 등은 현장의 요구가 제품에 반영되는데 일년이 걸리면 다행이나, 메디슨은 3개월 내에 고객 요구를 반영하고 있었다. 속도경영만이 우리의 살 길이었다. 그러나 백조가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면 아래에서 엄청난 발 젓기가 있어야 하듯이, 메디슨의 연구진은 시간과의 피 말리는 전투를 지속했다. 고석빈(알피니언 사장), 이성모(메디슨 지사장), 김종철(멕 사장) 등이 이 때 터득한 기술ㆍ영업 결합 속도경영으로 사업 성공의 노하우를 체득한 것이 아닌가 하며 이제는 큰 소리 쳐 본다.

고생은 연구소와 생산부등 국내 용사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해외를 뛰는 해외 영업맨들의 분전을 보자. 유영종부장(유니텍 사장)을 필두로 길문종(메디아나 사장), 고광찬(바이오넷 부사장), 박준형(바이오스페이스 이사), 정용찬 등 4인방이 전세계 시장을 나누어 공략하고 있었다. 4인방 모두 메디슨이 첫 직장이나, 자신의 관할 지역을 사장인 내가 관여하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그들은 모두 시작부터 사장이었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젊은 패기로 전세계의 백전노장들과 일전을 겨루면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었다. 유럽에서 미주, 동남아 정글에서 중동의 사막까지 제대로 된 대리점을 확보하는데, 평균 2회 이상의 실패를 겪었다. 24시간 힘든 여행을 거쳐 아프리카에 도착한다. 쉴 틈 없이 상담에 임한다. 두 끼를 굶고 저녁은 두 번 먹을 때도 있다. 일주일 만에 김치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비로소 전세계 70개국의 대리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 메디슨은 또 하나의 핵심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카이스트의 세계적 논문에 바탕을 둔 기술역량에 전세계에 걸친 의료 영업망이라는 또 하나의 핵심 역량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서 세계로 나간 의료기 회사가 없었기에 메디슨은 스스로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밖에 없었다. 불과 10만 달러 어치를 팔기 위하여 24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시쳇말로 신발값이 나오지 않는다. 전세계 70개국을 누빈 필자의 당시 항공 마일리지는 모두 합쳐 250만 마일이 넘었다. (미국 200번 왕복 수준) 메디슨의 경험으로는 세계 시장 개척비는 연구 개발비보다 훨씬 많이 든다. 시장은 공짜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 시장을 갖는 것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전세계 영업에 물류, 서비스, 금융 등 관리 체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메디슨 방식을 뒷받침하는 관리 부문의 숱한 고생을 담당한 이두현 상무, 이성훈 이사(엠 게임 부사장), 안병윤 대리(인버스 사장) 등에게 이제야 죄송함을 표하고자 한다.

중동, 동남아, 남미에 이어 드디어 북미, 유럽에 입성, 전세계 시장 진입에 성공한 직후인 1992년 전세계 대리점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시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메디슨 대리점 회의 개최시기를 한국 의료기 전시회 기간에 맞추어 소집하였다. 대리점 회의 이후 바이어들을 전시장 앞에 내려 놓아 한국 제품을 발굴하여 귀국하도록 하였다. 이후 한국의 의료기 산업 전체 성장률이 연간 7%에서 21%로 급증하게 된다. 2000년이 되자, 한국 의료기 수출의 70%이상을 메디슨 대리점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시장 선도 업체가 전체 산업성장의 견인차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의료기 산업 미래 성장 전략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메디슨이 전세계 영업을 담당하고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을 나누어 추진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 벤처 기업들이 메디슨과 같은 생고생을 반복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시장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 벤처의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전세계는 단일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변화했다. 생태계에서는 시장을 담당하는 선도기업과 기술을 담당하는 혁신 기업의 역할이 있다. 이제 메디슨에게는 세계 시장 개척을 통하여 새로운 역할, 즉 생태계의 주춧돌(Keystone)을 담당하는 공정한 전문 상사의 역할이 부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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