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4월 6일 한국일보는 1면에 다음과 같은 사고(社告)를 냈다.
'대한민국의 진선미(眞善美)를 세계에 자랑할 미스코리아를 선발합니다. 만 18세 이상 28세까지의 한국 여성으로 지, 덕, 체의 모든 면에 진선미를 겸비한 사람. 직업의 유무는 불문하나 흥행단체 또는 접객업소에 종사한 일이 없는 미혼 여성에 한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957년 5월 19일,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한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 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서울 명동 시립극장에서 열렸다. 행사 준비 기간이 짧았고 일반인에게 있어 미인 선발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되었는지 총 신청자는 57명에 불과했지만 19일에 열린 본선 대회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시립극장 행사장은 몰려드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날 결선대회에는 7명의 후보가 올라 집단 심사와 수영복 심사, 그리고 개별 면접을 받았고 23세의 박현옥 양이 초대 미스코리아에 당선됐다. 박양은 30만 환의 상금과 함께 양단 치마와 저고리, 목걸이와 은수저 한 벌을 부상으로 받았으며 이듬해 미국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자격이 부여됐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일보는 당시 '전쟁이 끝나고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볼거리가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미인대회 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존재와 국위 선양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제1회 서울 명동 시립극장을 시작으로 대한극장, 경복궁 특설무대, 장충체육관, 세종문화회관을 거치며 더욱 성대한 무대로 성장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올해로 55주년을 맞는다. 30여 년 넘게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케이블TV로 중계권이 넘어가고 여성단체의 의견과 사회적 요구로 어려운 시기도 겪었지만 한국의 미를 대표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11년 8월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탄생할 올해의 미스코리아가 기대되는 이유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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