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트리오의 어머니 이원숙(93)씨가 15일 밤 11시47분께 별세했다. 향년 93세.
1918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정명훈(58ㆍ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첼리스트 정명화(67ㆍ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ㆍ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3ㆍ미국 줄리어드음악원 교수) 등 이른바 정트리오를 길러 낸 어머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화여전 가사과를 졸업하고 한때 교사 생활을 했던 고인은 6ㆍ25전쟁 이후 서울 명동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며 자녀들의 음악 교육을 뒷받침했다. 미국으로 이민 간 후에는 워싱턴 대학가에서 한식당 코리아하우스를 경영하며 7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본인은 치마에 구멍이 나도록 입어도 자녀들 음악 레슨비를 댔다. 정트리오 이외에도 명소(플루트ㆍ목사로 사망) 명근(바이올린ㆍ공연기획사 사장) 명철(클라리넷ㆍ미국 대학 교수로 사망) 명규(트럼펫ㆍ의사)씨 등이 모두 악기를 다룬다. 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에 진학해 목사가 되기도 했다.
본보에 칼럼 '삶과 문화'를 게재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대환 국민대 예술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칼럼에서 고인은 항상 사물을 긍정의 시각에서 보았다고 기억했다. 어느 해 벼르다 사 온 새 카메라의 렌즈가 깨졌을 때 "미국에서는 글라스가 깨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자상하고 따뜻한 배려가 가족들에게는 긍정의 힘으로 거듭났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정경화재단은 평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쏟았던 고인의 뜻이 2대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휘자인 정명훈 예술감독은 "어머니께서는 음악 인생 50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라며 "자식들에 대한 절대적 긍정과 신뢰는 우리 형제에겐 최대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또 <통 큰 부모가 아이를 크게 키운다> <너의 꿈을 펼쳐라> 등 경험적 자녀 교육론을 책으로 펴내 화제를 모았다. 1990년에는 세화음악장학재단을 설립,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음악인 양성에 노력했다. 새싹회 어머니상(71), 국민훈장 석류장(90), 자랑스런 이화인상(95) 등을 수상했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11시. (02)2258_5951 너의> 통>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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