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차량의 잇단 출시로 국내에도 친환경 차량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들 차량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거나, 친환경 디젤 기관을 사용해 연비가 ℓ당 20㎞가 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 차량의 장ㆍ단점과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친환경차의 대중화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대표 중형차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용모델 대신 기존 대표 중형차를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선보인 데는, 후발 주자로서 단숨에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즉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도요타와는 달리, 기존 소비자에게 익숙한 차량으로 대량 판매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는 지난 13일 "올해 1만6,000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쏘나타 하이브리드까지 생각하면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3만2,000~3만5,000대 판매 목표를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는 힘과 연비를 동시에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도요타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출력밀도가 높고 무게가 30%가량 가벼운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엔진과 모터, 변속기가 한 줄로 늘어선 병렬형 체제는 도요타의 복합형보다 동력 손실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 대상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19.7㎞)보다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크기가 작은 프리우스와 CT200h 보다는 연비가 떨어지지만 힘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쏘나타와 K5는 최대 출력이 191마력(2.0모델 기준)인 반면 1.8 ℓ인 프리우스와 CT200h는 최대 출력이 136마력에 그친다. 최대 토크도 쏘나타와 K5(18.3㎏·m)가 프리우스·CT200h(14.5㎏·m)보다 좋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4,590만원)나 프리우스(3,790만원)보다는 최대 1,500만원 정도 저렴하다.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에 대한 보증 기간(6년 12만㎞)도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5년 10만㎞)보다 길다는 장점이 있다. 업체 관계자는 "연비와 힘이 모두 뛰어나 벌써부터 택시 업계로부터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판매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원조 격인 도요타는 극대화한 연비 성능으로 시장을 노린다. 프리우스가 ℓ당 29.2㎞, CT200h는 25.4㎞로 차체가 큰 쏘나타와 K5(21㎞)를 앞선다. 벌써 도요타는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프리우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판매량이 월 평균 100대에 못 미쳤지만, 최근 판매량이 급증해 지난 3월 판매량이 199대, 4월이 110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CT200h는 프리우스의 튀는 디자인 대신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이름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외양을 자랑한다. 프리우스는 3,790만원, 렉서스 CT200h는 4,190만~4,770만원.
친환경 디젤은 폴크스바겐, BMW, 아우디 등 독일 업체가 강세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최근 6세대 제타를 출시했다. 제타는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 두 가지로 구성됐는데 1.6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105마력에 ℓ당 22.2㎞의 연비를 자랑한다. 2.0 TDI도 연비가 ℓ당 18㎞에 달한다. 1.6 TDI 블루모션이 3,190만원, 2.0 TDI가 3,490만원. 이번 선보인 제타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유럽형 모델이다. 폴크스바겐은 골프에 이어 제타 블루모션으로 국내에 친환경 디젤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BMW는 올 9월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새로운 3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비가 ℓ당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체가 과거 5시리즈 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전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의 안착 여부는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두 차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국내 친환경 차량 시장은 당분간 독일업체의 친환경 디젤 차량들이 가져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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