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위원회 체제로 바꾸는 방안이 최근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금융회사 감사를 맡는 현행 방식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9일 금융회사의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사외이사 위주의 영미식 감사위원회 제도로의 전환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사위원회를 제대로 만들어 놓고 상근감사를 따로 두니까 (낙하산 관행이나 경영진ㆍ감사 유착 같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앞으로 감사위원회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자 비리나 전횡을 내부에서 견제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감사위원 중 외부인 비율을 3분의2로 규정, 금융회사의 경우 상근감사 1명과 외부감사 2명으로 구성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된 상태다.
하지만 감사제도를 개편해 모두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꾸린다고 해서 유명무실했던 감사위원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느냐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대형 금융회사의 감사위원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경영진의 불법을 감지하지 못했던 사례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해 신한은행에서는 최고경영진이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나,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감사위원회는 사전 견제는 물론 사후 진상규명도 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2001년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발각된 뒤 파산한 미국 엔론 사태도 감사위원회가 아닌 내부관계자의 고발로 시작됐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강조한 영미식 감사위원회도 허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상근하는 내부 감사조차 위험이나 부정을 발견하기 힘든데, 외부 감사들이 회사 구석구석을 파악하는 건 더욱 어렵다는 점도 외부 인사가 중심이 되는 감사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때문에 현 제도 아래서 상근감사의 독립성과 정보접근성을 강화하는 한편 책임성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굳이 현행 내부 감사제도를 바꾸겠다면 영미식이 아닌 '근로자 대표 감사'를 선임할 수 있는 독일식 감독이사회(Aufsichtsrat)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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