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유전학적으로 90세까지 살 수 있습니다.'
피 한 방울이면 수명을 알 수 있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혈액 검사로 피검사자가 언제까지 살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상품이 올해 연말 영국에서 출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이프 렝스'(Life Length)사는 신체 노화 진행 상태 등을 나타내는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telomereㆍ말단소립) 길이로 수명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검사 비용은 435파운드(한화 77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일단 연말 영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시한 뒤 이후 5~10년내 다른 나라에도 확대한다는 게 회사 계획이다.
염색체의 끝에 위치하는 텔로미어는 특정 유전자가 반복되는 형태인데, 세포가 분열되며 연속되던 유전자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특성이 있다. 즉 수명이 짧아질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도 짧아지는 것. 이 때문에 텔로미어의 길이로 수명을 예측하거나, 텔로미어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려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09년 노벨의학상도 인간의 수명과 이러한 텔로미어의 관계를 규명한 미 캘리포니아대학의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 등에게 수여된 바 있다.
이번 텔로미어 수명 예측 검사법은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한 것이다. 검사법을 발명한 스페인 국립 암 연구소의 마리아 블라스코 박사는 "검사를 통해서 자신의 텔로미어 길이가 일반인에 비해 짧은 지 아니면 긴 지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예상 수명 등도 뽑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검사법은 텔로미어 길이의 아주 작은 차이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검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명 예측 검사법이 상용화할 경우 적잖은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들이 이에 따른 보험료를 차등 부과할 수 있고, 상당한 이득을 볼 가능성도 크다. 미 텍사스대학교 남서부 의학센터의 제리 셰이 교수는 "담배를 피우거나, 비만일 경우뿐만 아니라 짧은 길이의 텔로미어를 갖고 있어도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명을 알게 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관심거리다. 10년 이내 죽게 될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때가지 모든 돈을 써 버리기 위해서 방탕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또 텔로미어의 길이와 수명은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없잖아, 과학적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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