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냐, 전주냐'를 놓고 치열한 영ㆍ호남간 지역갈등을 유발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본사이전문제에 결국 정부가 진주의 손을 들어줬다. LH 본사를 경남 진주 혁신도시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전주에는 국민연금공단과 부족한 세수를 보전해 준다는 것.
당장 두 지역은 "혁신도시를 반납하겠다"(전북) "국민연금도 못 내주겠다"(경남)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 본사를 쪼갤 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고육책'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돌려막기' 형태의 정치적 결정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13일 이런 내용의 LH본사 이전 방안을 발표했으며, 14일 지방이전협의회, 16일 지역발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우선 LH 본사의 분산배치 타당성을 검토했으나 "통합 취지에 반해 일괄이전이 타당하다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또 일괄이전 지역에 대해 "진주로의 이전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반면, 전주 이전은 기존 혁신도시의 성격 자체를 맞바꾸거나 이전 예정 기관들의 대규모 재배치가 불가피해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됐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대신 전북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당초 진주로 갈 예정이던 국민연금공단을 보내고, 이번 조치에 따른 전북 측의 세수 부족분도 정부가 보전해 주기로 했다. 정창수 국토부 1차관은 "관련 부처가 구체적인 보전방안을 협의 중이며 다음주 지역발전위원회에서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전북과 경남은 모두 들고 일어섰다. 전북도는 이날 오후 전북도청에서 도의회, LH본사유치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 불복종운동 불사방침을 천명했다. 정헌율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일괄이전 결정으로 빈 껍데기가 된 전주ㆍ완주 혁신도시는 반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저버렸다"면서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경남도 불만을 드러냈다. 진주시 관계자는 "LH 이전 결정은 환영하지만 당연히 우리 것으로 여겼던 국민연금공단 전주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 결정의 불가피성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결정 과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논의해 결정한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정치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전문가를 모아 결론의 구색을 맞추는 식으로 진행된 측면이 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강성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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