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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경숙과 진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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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경숙과 진은숙

입력
2011.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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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개인에게도, 한국 문학으로서도 미국에 내리는 첫 눈이다. 앞으로 이 첫 눈 위로 또 다른 눈들이 풍성하게 쌓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4월6일 출간된 영문판 <엄마를 부탁해> 에 대한 신경숙 작가의 소감이다. 한국문학 세계화의 초석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문학적 표현처럼 그녀의 작품은 돌풍을 일으키며 미국에 '첫 눈'을 내리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의 성공에는 작품성과 유려한 번역, 출판사의 기획력이 바탕이 되었다. 국내에서 170만부가 팔렸다는 사실로 이미 작가의 필력은 검증되었지만 다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크노프 출판사가 동양인의 데뷔작품을 초판 10만 부나 찍기로 한 것은 문학적 가치 외에 미국 무대에서의 상품성을 예감했다는 뜻이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의 이영준씨에 의하면 크노프같은 큰 출판사는 가제본판을 찍어 신뢰할만한 독자들에게 미리 읽혀 시장조사를 하는데 그녀의 소설에 눈물을 흘리는 독자의 반응 등을 취합해 초판 10만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문열 작가는 신경숙씨가 노벨문학상 수상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며 역시 어머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소재'라고 했다. 통하는 소재, 즉 보편성이 세계화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경숙 작가는 책을 읽은 미국 독자들의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한국 독자들의 것과 같아 신기했다고 했다. 일하느라 아이 키우느라 또는 가장의 의무를 다하느라 어머니를 뒤로한 자식의 회한에 동서가 있겠는가. 신 작가는 공감할 수 있는 심리 묘사와 몰입하게 하는 독특한 서사구조로 우리의 어머니를 그들의 어머니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보편성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작곡가가 있으니 바로 진은숙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은 음악계의 노벨상인 그라베 마이어상과 아널드 쇤베르크상에 이어 작년에는 피에르 대공 작곡상을 수상하며 런던 필하모니아 예술 감독에 임명되었다. 최근에는 런던 바비칸 센터가 12시간 집중 조명할 정도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진은숙을 국제 음악계에 널리 알려준 작품은 2007년 뮌헨 오페라 페스티발 개막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다.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극장 역사상 처음으로 상연된 여자 작곡가의 작품이었고, 예약 시작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을 의뢰한 켄트 나가노의 지휘,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본,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 니나 바이츠너의 의상으로 오페라는 재미있는 판타지를 펼친다. DVD로 본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기발한 상상력의 음악과 무대, 연주자들의 열연과 그로테스크한 분장이 어우러져 3년 뒤에 만들어진 팀 버튼의 동명 영화를 아류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진은숙의 자매이자 칼럼니스트인 진회숙씨는 독일 언론의 호평에 대해 그녀가 로컬리즘이 아닌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루이스 캐럴 원작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 감각의 작품임에도 '한국산 토끼'라는 평이 있었다고 한다. 마치 <엄마를 부탁해> 가 미국의 한 언론으로부터 '김치 냄새 나는 크리넥스(최루성)소설'이라는 혹평을 받은 것과 같다.

"한국산 토끼라는 평이 있었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듯 김치 냄새라는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웃어넘길 정도의 열풍이다. 펜대 하나로'우리의 세계화'만큼이나 '세계 속의 우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자랑스러운 여인들이다.

김대환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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