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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정주영 회장 10주기에 되새기는 신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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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정주영 회장 10주기에 되새기는 신뢰의 중요성

입력
2011.05.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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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정 조인이 임박했던 1953년 4월 현대건설은 대구와 거창을 잇는 고령교 복구공사를 수주한다. 공기(工期) 26개월로 계약된 공사는 낙동강 수심의 빠른 변화와 장비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 때문에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서 더 이상 공사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렸다. 공사는 더뎌지고, 밀린 임금을 달라는 일꾼들의 항의와 자재대금 독촉에, 공사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까지 이어지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과 직원들이 공사를 멈추자고 건의한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사업가는 신용이 제일인데 신용을 잃으면 끝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건설업체를 만드는 게 내 꿈인데 나더러 그걸 포기하라는 거냐. 무슨 일이 있어도 공사는 끝낸다. 아니, 끝내야 한다"고 동생과 직원들을 나무라면서, 집도 팔고 자동차 수리공장도 파는 등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끝에 공사를 마무리 한다.

당시 계약 금액이 5,748만환이었는데 고령교 복구공사의 적자만 6,500만환이었다고 한다. 강원 통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물론 교육, 의학, 체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정 명예회장은 이처럼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몸소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아 오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나고 있다. 외국계 대주주의 경영 환경에 익숙해 있던 회사 분위기를 새롭게 하고,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세계 최고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가족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대오일뱅크를 찾는 고객과 협력업체, 나아가 동종업계에도 신용과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정유업계의 기름값 인하 소동을 겪으면서 정부와 기업, 동종업계 사이의 상호 신뢰와 신용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말 못할 사연들이야 모두 있겠지만,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들부터 서로 믿고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추모하면서 평생을 간직하고 실천해 온 '신용'이라는 단어가 말로는 쉬워도 직접 실천에 옮기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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