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 녹취록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3일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전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통비법 위반에 대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 직무상 행위”라고 공소 기각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도 “‘X파일’에 나오는 당사자가 검사 재직 시절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그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 전 대표가 인터넷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가 통비법 위반인지에 대해선 “녹취록 대화 시점은 공개행위 시로부터 8년 전 일로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개행위가 공익적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달성됐고, 인터넷 게재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개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관련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이익의 감수까지 요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자유를 퇴보시켰다고 우려했다. 진보신당은 논평에서 “‘X파일’의 대화시점이 공개시점으로부터 8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을 수긍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황희석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는 것은 구석기 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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