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계기로 불거진 미국과 파키스탄의 갈등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살만 바시르 파키스탄 외교차관은 4일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2009년 아보타바드의 안가가 알카에다 은신처로 의심 간다는 언질을 줬었다"고 밝혔다. 바시르 차관은 "당시 알카에다의 지도자가 숨어 있는 것 같은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고 미국이 이후 첨단장비로 살펴봤을 것"이라며 "우리의 정보 제공으로 그 동안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3일 파키스탄 정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이번 빈 라덴 사살 작전은 "승인받지 않은 일방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파키스탄이 빈 라덴 은신을 도왔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주권침해를 이유로 역공을 가한 것이다.
반면 파네타 국장은 3일 "파키스탄이 빈 라덴 세력에게 정보를 흘려 체포작전을 망칠 수 있어 공조를 배제했다"며 노골적으로 파키스탄 당국과 빈 라덴의 결탁을 의심했다. 빈 라덴이 파키스탄군 시설이 밀집한 도시의 버젓한 주택가에서 3년이나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인도 언론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빈 라덴의 은신처는 파키스탄의 정보부가 안가로 사용했던 곳"이라며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비호 하에 은둔해왔을 것"이라고 보도, 갈등을 부채질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파키스탄을 대신할 미국의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0년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이번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파키스탄을 대신할 우방국이 필요하다. 인도의 경우 국경을 맞대고 파키스탄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어 미국의 지원과 달콤한 원조를 탐낼 만하다. WSJ은 "인도에서 적극적으로 파키스탄의 역할을 축소하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어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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