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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명성 무색한 정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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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명성 무색한 정부 전시회

입력
2011.05.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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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및 전자제품 전시회를 표방하며 개최한 월드IT쇼가 볼 것 없는 전시회로 관람객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나온 지 오래된 제품 아니면 이미 알려진 서비스 위주로 전시해 일부 관람객들은 굳이 관람료를 내고 행사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해 14일까지 열리는 월드IT쇼는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450개 업체가 참여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 1억3,000만원을 포함해 총 예산 30억원이 들었다. 4회째인 올해 행사는 'Get IT Smart'를 주제로 내걸었지만 행사는 결코 스마트하지 못했다.

우선 참여업체들이 이렇다 할 볼거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75인치 초대형 스마트TV 외에 기대를 모았던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인치 등 신제품을 전시하지 않았다. 전시품들은 출시한 지 몇 달 지난 태블릿PC 갤럭시탭 7인치를 비롯해 스마트폰 갤럭시S2, 노트북 9시리즈 등 이미 시판 중인 제품들이라 굳이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판매장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갤럭시탭 10.1의 경우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이미 수십 대 전시가 됐으며, 심지어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 참가자들에게도 무려 5,500대가 시연용으로 제공됐다. 해외에 버젓이 제공된 제품이 국내에는 전혀 전시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용 갤럭시탭 10.1은 일부 사양이 달라서 최종 완성된 후 선보이기 위해 전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 옵티머스 3D 스마트폰 외에 MWC에서 전시해 관심을 끈 태블릿PC 옵티머스패드 등은 출품하지 않다보니 인터넷에서 국내 출시가 취소됐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통사들도 다를 게 없다. SK텔레콤의 롱텀에볼루션(LTE), KT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은 기자간담회나 자체 행사 등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됐다. 이렇다 보니 참가 업체들은 연예인 초청 공연이나 경품이 걸린 퀴즈 대회 등 엉뚱한 행사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당연히 관람객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참가 업체 초청으로 전시회 내용을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소개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A씨는"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태블릿PC 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미 판매 중인 제품 위주로 채워진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언론이나 인터넷에 소개된 실물을 써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등 떠밀려 참가한 업체들도 없지 않다. 모 업체 관계자는"정부 주최 행사여서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시 공간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라며 "MWC나 미국 전자전시회인 CES 등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등 확실한 효과가 있으나 월드IT쇼는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전시회의 방향 설정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MWC나 신제품을 미리 선보여 올해 제품 동향을 제시하는 CES처럼 특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전시회 참가가 어렵거나 소비자들과 접점을 갖기 힘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 중심의 전시회를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적어도 참가업체들의 국내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도 관람을 통해 실익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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