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이미 2년 전 금융감독원에 전반적 검사를 의뢰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금감원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조직적인 비호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의 지방 골프장 건설사업과 관련한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했던 울산지검 특수부는 2008년 말~2009년 초 "검찰 수사로 드러난 혐의 외에도 의심스런 부분이 많으니 금감원에서 전체적으로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검사 의뢰' 공문을 금감원에 보냈다.
당시 울산지검은 부산저축은행이 울산 울주군과 전남 곡성군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은행 임직원 친척이나 지인 명의로 총 200여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김양 당시 대표 등을 기소하고 수사를 일단락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이 다수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차명으로 설립해 골프장 사업 외에도 각종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을 확인한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부산저축은행의 운영구조와 사업방식의 문제점 등을 정리해 금감원에 통보했다. 지방 검찰청으로서는 인력에 한계가 있어 대대적인 수사가 어려우니 전담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전면 검사를 실시해 형사처벌할 사안이 있다면 답변해 달라는 뜻이었다.
검찰이 이처럼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에 대해 일찍부터 경고음을 울렸지만 금감원은 이를 묵살한 것은 물론 뒤늦게 실시한 검사마저도 축소와 은폐로 일관했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검사에 착수한 시기는 2009년 3월이다. 하지만 이는 검찰의 요청과는 무관하게 전년도에 실시키로 했다가 미뤄진 일정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검사반장은 부산저축은행에서 1억여원의 뇌물을 받고 감사원의 감사 정보 등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된 이자극 금감원 대전지원 수석검사역(2급)이었다. 당연히 검사 성과는 없었다.
금감원은 이후 지난해 3~6월, 7월, 10월 3차례에 걸쳐 총 138일 간 예금보험공사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공동 검사도 진행했으나 경미한 위법 사실만 적발하는 데 그쳤다. 검찰이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1,983억원 불법대출 건 단 1건이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 조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금감원과 예보에 수사관들을 보내 검사확인서 등 검사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구속된 이씨가 자신의 친인척이 대출 요건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수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부산저축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확인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