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 대표 300여명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주인공은 대기업의 오너나 임원이 아니었다.
행사의 최고훈장인 은탑산업훈장을 가슴에 단 주인공은 이동호 동희산업 회장(75). 40년간 곁눈질을 하지 않고 자동차 부품분야에 도전, 한 우물만을 파온 결과였다.
2001년부터는 기아차의 경차 '모닝'을 생산, 부품업체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성공신화를 일궈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 파트너와 신의를 지켜 왔고, 직원들도 근면하게 따라와 준 결과"라며 겸손해 했다.
동희는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대표적 강소 중견기업이다. 2009년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알짜배기 비상장사다. 경차 모닝을 생산할 뿐 아니라 연료탱크 부품 등에서 국내외에서 66건이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4개 연구소에 연구인력만 200명이 넘는다.
시작은 초라했다. 이 회장은 1972년 부산 반여동에 버스 범퍼를 생산하는 동승기업을 설립했다. 직원 50여명으로 출발했지만, 2년 뒤 발전의 전기를 맞는다. 현대차 포니에 들어 갈 범퍼와 페달을 납품하게 된 것. 이 때부터 쌓은 현대차와의 돈독한 신뢰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금의 안전기준으로 보면 말이 범퍼지 부족한 점이 정말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자신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86년 동희산업으로 이름을 바꾼 뒤,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했다. 현대차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프레스, 용접, 조립라인까지 갖추게 된 것. 또 독자적으로 연료탱크 부품덩어리(모듈)을 생산, 쏘나타에 장착했다. 기술을 축적한 동희는 이제 연료탱크 모듈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재를 철에서 고분자 플라스틱으로 다양화함으로써 부품 경량화에 성공, 완성차의 연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1987년 동희는 다시 모험을 감행한다. 당시로서는 획기적 차량 인테리어인 선루프 분야에 뛰어든 것. 요즘에는 중형차량의 절반 이상이 장착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선루프는 사치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모두 수입품을 사용했는데 고민 끝에 국산화를 결심했다"며 "주변에서는 무모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 연간 4,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희는 2001년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한다. 기아차와 공동 투자해 경차 모닝을 조립, 생산하는 동희오토를 설립한 것. 기아차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고 동희는 부품 생산을 넘어 완성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동희오토는 생산라인 전부를 사내 하청업체에 위탁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생산 비용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결과였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려 이익을 극대화한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사 분규를 빚고 있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실제로 모닝은 국내 경차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지난 2009년부터는 내수 및 수출이 연간 2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1월 출시한 신형 모닝은 반응이 좋아 올해 30만대 가까운 판매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부품의 미래 화두는 친환경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전장화(부품전자화)"라며 "두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해 세계로 무대를 넓힐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희그룹 개요
▦동희산업 등 11개 자동차 부품사로 구성, 중국 러시아 등 7개 해외 공장 보유
▦매출 1조785억원, 해외 현지공장 매출 4,391억원, 부품 수출 2,100억원(2009년 기준)
▦주력 부품: 연료탱크 모듈, 페달, 루프시스템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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