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일보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선출과 현행대로 동시 선출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위원들의 답은 완전히 엇갈렸다. 전체 비대위원 18명 중 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명이 분리 선출, 5명은 현행 유지, 5명은 답변 유보로 나타났다.
분리 선출을 주장한 위원들은 "전당대회에서 2,3위로 득표한 최고위원들이 대표를 흔들면 위계질서가 흔들리고 논의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현행 유지를 선호하는 위원들은 지금과 같은 선출 방식으로도 지도부 운영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분리 선출이 오히려 금품 선거나 혼탁 선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위원도 있었다.
이 질문에서 친이계와 친박계는 다른 질문과 달리 큰 의견 차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장파 위원은 주로 분리 선출을 선호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투표를 해야 표의 결집이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은 "현행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당헌ㆍ당규 개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다수 위원들이 분리 규정 완화 쪽에 섰다. 이 중 대권∙당권 분리 시점을 현행 '대선 1년 6개월 전'에서 '대선 6개월 전'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 때까지 당 대표를 맡더라도 그 뒤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질문에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답변이 조금 달랐다. 큰틀에서 보면 친이계는 규정 완화 쪽에, 친박계는 현행 유지 쪽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친이 성향의 한 비대위원은 "결국 선거에서 심판 받는 것은 정부가 아닌 당인만큼 껍데기 당이 안 되려면 실력자들이 당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비대위원 역시 "대권-당권 분리 규정은 여유가 있을 때나 적용되는 것"이라며 "지금 당이 비상상황이므로 실질적 오너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을 보궐선거 패배의 충격을 겪은 수도권 출신 비대위원들은 대체로 "대선주자급 인사가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 친박계 비대위원은 "이 문제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와 맞물린 문제인데 박 전 대표가 당헌ㆍ당규를 고치면서까지 뭘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의 한 비대위원도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굳이 당헌을 건드려봤자 실익이 없지 않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와 달리 한 친박계 위원은 아예 '분리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당 대표 등을 결정할 선거인단 규모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현행 1만명 보다는 많은 수로 확대해 역동적인 전당대회 모습을 보여 변화 이미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중립 성향이나 친박계 비대위원들이 전(全)당원 투표제 등을 통해 '젊은 대표론'을 현실화시키려는 소장파들의 선거인단 확대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한 친박계 비대위원은 "최소한 5만명 선으로 늘려야 줄세우기 관행 등 당협위원장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행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 비대위원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현행대로 1만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