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8ㆍ오릭스)도 견뎌내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구단은 12일 박찬호 등 3명을 1군 엔트리에서 빼고 외국인 투수 피가로 등 3명을 1군으로 올렸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로서는 충격적인 통보가 아닐 수 없다. 박찬호는 올시즌 5차례 선발 등판해 1승4패 평균자책점 4.13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오릭스의 ‘물방망이’ 타선 탓에 흥을 낼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11일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박찬호는 11일 소프트뱅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6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팀이 3-1로 역전시킨 상황에서 6회말 3루타, 2루타, 2점 홈런 등으로 3점을 내줬다. 오릭스는 결국 3-5로 졌다.
지난 선발 등판(5일 니혼햄전 5이닝 5실점)에서 박찬호를 두고 “실투가 많았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한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6회가 승부처였는데 승부가 빨랐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곧장 박찬호의 1군 말소를 결정했다. 어렵게 잡은 리드를 허망하게 놓치면서 그동안 쌓였던 아쉬움이 실망으로 커진 것이다. 국내프로야구의 김성근 SK 감독도 박찬호에 대해 “오카다 감독이 맞는 얘기를 했다. 집중력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해 왔다.
오릭스는 올시즌 퍼시픽리그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찬호와 이승엽(35)을 영입, 투타의 핵심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했지만 돌파구로 작용하기보다는 오릭스의 침체된 팀 분위기에 매몰되는 모양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타율 1할4푼5리 1홈런 5타점에 그친 이승엽을 2군으로 내보내는 ‘충격 요법’을 썼고 사흘 뒤 박찬호까지 2군으로 강등시켰다.
‘굴욕의 2군 강등’으로 체면을 구긴 박찬호지만 열흘 후면 1군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프로야구처럼 일본도 2군 강등 후 최소 체류 기간이 열흘이다. 박찬호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생소한 일본 타자들을 연구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오릭스 구단은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간 인터리그가 17일부터 열린다. 2경기 뒤 1일 휴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선발진에 여유가 있다”면서 “박찬호는 열흘간 2군에서 컨디션을 조율한 뒤 1군에 올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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