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제작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양궁 지도자와 협회 운영비ㆍ선수 스카우트비를 횡령한 양궁협회 간부 등 143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가운데 국가대표 지도자와 선수, 올림픽ㆍ아시안게임ㆍ세계선수권대회 양궁 메달리스트 등 9명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부산시양궁협회 간부 이모(44)씨와 양궁장비 전문제조업체 대표 백모(36)씨 등 2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모 군청 양궁감독 김모(36ㆍ전 국가대표)씨 등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받은 돈이 200만원 이하로 입건하지 않은 양궁협회 직원ㆍ선수 6명과 일선학교 선수ㆍ코치 77명, 부산ㆍ울산ㆍ경기지역 자치단체 공무원 10명 등 93명에 대해서는 혐의 사실을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궁협회 간부 이씨는 2006년 8월부터 협회 직인을 이용해 개인 명의 통장에 훈련비, 대회출전 여비, 운영비 등 명목으로 23차례에 걸쳐 2,65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2007년 12월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부산 모 대학 양궁팀에 입학예정인 고교 선수의 스카우트비 1,000만원을 가로채는 등 33차례에 걸쳐 선수 5명의 스카우트비와 장학금 등 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9년 9월 경북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참석 중인 부산 모 대학 여자 양궁선수를 회식 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궁선수 출신으로 국내 양궁 장비업계 매출규모 3위의 F사 대표인 백씨의 경우 2004년 9월부터 전국 86개 초중고교를 비롯해 대학팀, 실업팀, 양궁협회 감독이나 코치, 교사, 선수 등 135명에게 자사 장비를 구입해주는 대가로 5억2,0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백씨는 훈련용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면서 표적지와 화살 등 가격을 부풀려 견적서를 제출하고 납품한 뒤 감독 등에게 10%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검수가 끝나면 장비를 돌려받고 그 만큼 현금을 차명계좌에 입금해 주는 속칭 ‘깡치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삼영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장비 ‘깡치기’나 리베이트 등 편법을 이용한 예산 낭비 사례를 막기 위해 검수 관계자들이 물품관리법에 따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입건된 피의자 대부분은 “장비구입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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