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채널인 CJ오쇼핑은 지난달 14일 이른바 '뉴시니어(New Senior)세대'를 겨냥한 생방송 프로그램인'헤리티지클럽'을 처음 내보냈다.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날 판매한 상품은 고급 염색제. 이른 아침 시간(오전 6시)인데다, 그 것도 불과 2시간 동안만 진행된 생방송이었음에도 판매액이 1억 2,000만원에 달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달간 네 차례에 걸쳐 매주 한 번씩 뉴시니어 계층들이 좋아할만한 염색제와 건강기능식품, 보행 보조기,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해 각각 1억2,000만~1억7,000만원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방송자막도 여느 프로그램보다 크게 넣고 진행도 차분하게 조절하는 등 뉴시니어 세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헤리티지클럽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니어 세대는 주로 50대 이상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1955년~63년생)를 지칭하는 용어로, 한국사회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세대를 말한다. 기존 시니어세대와는 달리, 고학력에다 소득수준이 높고, 자부심과 자아실현 욕구도 강한 이들이 다방면에서 적극적 소비에 나서면서 소비시장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ㆍ유통업체도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09년 전체 매출 신장률은 12.4%였으나 50대 이상 매출 신장률은 15.7%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신장률이 16.8%였던 지난해에도 50대 이상 매출 신장률은 21.3%에 달했다. 4년 전 8개월 정도 운영하다 접었던 시니어 토탈 편집숍을 지난달 19일 본점 8층에 '휴모니아'(Humonia)란 이름으로 다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각종 건강기능식품부터 혈압혈당계 등 실버 관련 상품들이 주였다면 이 번에는 모자, 화장품 등의 상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젊음을 추구하는 뉴시니어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제일모직이 40대 이상 여성을 겨냥해 2008년 선보인 '르베이지'도 30대 감성의 디자인으로 뉴시니어 시장을 공략, 2010년 매출이 전년 대비 150%나 증가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뉴시니어 세대의 활발한 소비지출은 단순히 제품구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문화적 향유나 자기계발 등에도 폭넓게 이어지고 있다.
'세시봉'열풍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문화 향유에 대한 적극성은 20~30대 젊은 층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통기타 제조업체와 교습소 등은 젊은 이들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에릭 클랩튼과 산타나, 이글스 등 중ㆍ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해외 가수들의 내한 공연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공연 가격이 최고 30만원대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에 비해 2배 이상 비쌌지만 50대 이상 관객층이 대거 몰리며 티켓 대부분이 매진된 것.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젊음과 향수, 자아가 뉴시니어 세대를 대표하는 3대 키워드"라며 "이들은 젊게 보이고 싶고, 청소년 시절에 즐겼던 문화에 향수를 갖고 있으며, 특히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데, 대형서점 북클럽 회원 중 50~60대 평균 구매량이 20~30대보다 2배 많은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뉴시니어 세대의 이 같은 특징은 그들이 자라온 국ㆍ내외의 시대적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팝송 등 해외 대중문화가 본격 유입되고, 국내 영화와 음악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하는 1960~1970년대 청년기를 보내 문화적 감수성이 발달했다. 청ㆍ장년기에는 경제성장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어느 정도 재력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최근 들어 저성장 시대와 평균수명 연장이라는 새로운 상황과 함께, 자녀 출가와 은퇴 등으로 노후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기계발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첫 시니어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시니어커뮤니케이션' 이완정 대표는 "지금은 과거 틈새시장에 불과하던 국내 실버산업이 뉴시니어 세대의 등장으로 하나의 주력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첫 단계"라며 "최근 기업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시니어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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