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1일)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세계 최대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이끌 차기 지도자의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0일(현지시간)엔 "파키스탄 특수부대 출신 일랴스 카슈미리가 알 카에다의 새 수장이 될 가능성 있다"(데일리메일)는 보도가 나왔다. 통상 후계자로 알려져온 알 자와히리가 신임을 잃은 탓에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등을 주도한 카슈미리가 다크호스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새로운 인물들이 후계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현상은 그만큼 알 카에다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AP통신은 11일 그 이유를 "알 카에다가 테러의 목표와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아랍권 민주화 혁명과 무관치 않다. 민주화 시위는 알 카에다가 표방하는 이슬람원리주의보다 서구식 민주주의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
2001년 9ㆍ11테러는 가난과 불평등에 시달리는 아랍권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은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정부를 공격하는 일만이 최선이라는 빈 라덴의 주장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알 카에다의 행보는 기대와 달랐다. 특히 이라크전쟁 당시 알 카에다 분파가 수천명의 시아파 국민을 학살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알 카에다의 메시지는 정당성을 잃었다. 이슬람원리주의 전문가인 칼리 엘 아나니는 "아랍의 전제 정권들이 전복된 것처럼 빈 라덴은 잊혀진 인물이 됐다"고 단언했다.
독자노선을 걷는 알 카에다 조직이 늘어나는 것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의 부상을 저해한다. 대표적 예가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AQAP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지도자 나세르 알 와히시에게만 충성을 맹세한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테러만 부르짖는 알 자와히리의 리더십으로는 알 카에다를 하나로 아우를 수 없다는 얘기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