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블루 골드'로 불리는 수(水)처리 사업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수처리 사업은 하수나 폐수를 산업ㆍ생활용수로 정화, 재활용하는 친환경 사업. 현재 관련 화학 기업은 물론이고 가전회사, 중공업회사까지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고 있어 과열 조짐마저 일고 있다.
현재 글로벌 수처리 시장 규모는 33억 달러 수준. 하지만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해마다 15% 이상씩 성장, 2015년엔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코오롱과 웅진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코오롱은 우선 중국 수처리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건설의 수처리 전문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사(EFMC)는 11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중국 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중국 선전수도공사와 함께 현지 법인을 세워, 하루 공급량 10만㎥의 기존 상수도시설의 관리, 운영을 맡기로 했다. 앞으로 29년 동안 장쑤성 쓰양현 주민 100만 명과 기업들에게 수돗물 및 공업용수도 공급할 예정이다.
코오롱은 EFMC를 비롯, 약품 제조사(코오롱 생명과학)부터 시공(코오롱건설), 정보통신(IT) 분야(코오롱베니트)까지 수처리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또 2008년에 리비아 하수처리장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하수처리시설 입찰에서도 프랑스, 일본 회사를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수처리는 반드시 1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이웅렬 회장은 지난주 코오롱워터텍의 지분을 79.51%까지 늘리기도 했다.
웅진그룹의 경우 세계 3위 수준의 필터사업 역량을 지닌 웅진케미칼을 앞세워 필터 개발ㆍ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웅진 케미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역삼투필터 생산 설비 준공식을 갖고 양산에 들어갔다. 여기에 웅진코웨이가 필터를 활용한 공업용 정수와 오ㆍ폐수 처리 등 사업채널 확보에 집중하고, 극동건설이 해수담수화 같은 플랜트형 수처리 사업에 힘을 보태는 등 '삼각편대'를 구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화학 회사들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기술로 꼽히는 '멤브레인'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멤브레인은 수처리에 필요한 아주 얇은 막으로, 액체, 기체의 혼합 물질에서 원하는 입자만을 선택적으로 투과, 분리하는 차세대 핵심소재이다. 지난해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제일모직의 경우 경기 의왕 R&D센터에 멤브레인 관련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회사들도 세탁기, 냉장고, 정수기 등의 물 관리 기술과 연계해 수처리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는 10년 동안 5,000억원을 투자, 2020년까지 국내외 수처리 시장에서 7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역시 생활가전부문의 신수종 사업으로 수처리 사업을 정했다.
SK는 지난달 SK건설과 SK케미칼이 25%씩 출자, 태영건설과 함께 만든 국내 최대 공공하수처리시설 회사인 '엔텍'의 이름을 TSK워터로 바꾸고, 본사를 판교로 옮겼다.
전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지원 사장은 직접"수처리 시장에서 수익창출이 예상되면 M&A(인수합병)을 통해 진출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처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충분한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출하고 있는 데다,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이 기대 만큼 신속히 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김평진 대우증권 연구원은 "구제역 사태 때 침출수가 이슈화하면서 수처리 테마주에 대한'묻지마 투자'가 성행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며 "하지만 수처리 사업은 수익을 내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관련 기술 개발도 더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불안한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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