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중의 영화제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가 11일 오후 7시(현지시간) 개막작 '미드나잇 인 파리'(감독 우디 알렌) 상영을 시작으로 64번째 막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엔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로버트 드니로와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조니 뎁 등 세계적 스타들이 집결한다. 칸영화제는 22일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비러브드' 상영과 함께 막을 내린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한국영화 3편
한국영화는 칸영화제의 꽃이라 할 경쟁부문에는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경쟁부문 다음 단계로 평가 받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총 18편)에 한국영화 3편이 이례적으로 포함됐다.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과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이 부문 대상 등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시'와 '하녀'가 경쟁부문에 올라 '시'의 이창동 감독이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고, 홍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계의 관심은 3년만의 칩거를 끝낸 김기덕 감독의 복귀작이자 첫 다큐멘터리인 '아리랑'에 쏠려 있다. '아리랑'은 김 감독이 철저히 내용을 숨기고 있고 국내 개봉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베일 속의 영화. 김 감독의 굳은 살 박힌 발 사진과 권총을 만들어 발사하는 장면을 찍은 짧은 동영상 이외에는 공개된 게 없다. 김 감독이 자신의 영화인생을 되돌아보는 영화라고만 알려져 있고 한국영화계의 배금주의에 대한 김 감독의 날 선 비판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돈다. 도발적인 영화를 즐겨 만들었던 김 감독의 연출이력을 감안하면 내용에 따라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홍 감독이 지난해에 이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 2연패를 이룰 지도 관심사. 2008년 데뷔작 '추격자'로 칸에 초대됐던 나홍진 감독이 흥행에 실패한 '황해'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점도 흥미롭다. '황해'는 개봉(지난해 12월)한 지 오래된 영화라 초청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단편은 이정진 감독의 '고스트'가 단편경쟁부문, 손태겸 감독의 '야간비행'은 학생 부문인 시네판다시옹 부문에서 각각 상영된다. 문병곤 감독의 '불멸의 사나이'와 이태호 감독의 '집 앞에서'는 비공식부문인 비평가주간에 나란히 진출했다. 또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전 부문 신진 감독들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 이창동 감독은 비평가주간의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한다.
다르덴 형제, 라스 폰 트리에… 왕들의 귀환
칸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 영화 대가들이 대거 참여해 영화제를 빛낸다. 특히 경쟁부문 진출작 20편의 면면을 살피면 화려함 그 자체다. 경쟁부문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받은 장 피에르 다르덴ㆍ뤽 다르덴 형제('더 키드 위드 어 바이크'), 황금종려상을 한 차례씩 받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멜랑콜리아')와 난니 모레티('하베무스 파팜'), 2등상인 심사위원상 수상 경력이 있는 누리 빌제 세일란('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 가와세 나오미('하네주 노 츠키'), 아키 카우리스마키('르 아브르') 등이 각축을 벌인다. 칸 수상과 인연이 없었던 '무관의 제왕'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킨 아 리브 인'),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신작도 경쟁부문에서 상영된다. 가히 '왕들의 귀환'이라 할만하다.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쿵푸팬더2'도 영화제 기간 처음 공개된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인 300억원을 쏟아 부은 '마이웨이'(감독 강제규)는 칸에서 제작 보고회를 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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