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친박계+소장파 연대'가 명실상부한 당의 신(新) 주류로 부상했다.
친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이 주요 당직들을 대부분 장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친박계와 소장파가 지지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안경률, 이병석 의원 등 친이계 구(舊) 주류 후보들을 꺾고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난 게 지난 6일이다. 불과 닷새 만에 당내 권력 지도가 확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의 4ㆍ27 재보선 참패와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구주류는 당 3역(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ㆍ사무총장 대행)을 모두 신주류에 넘겨 줬다. 중도ㆍ친박 성향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11일 논란 끝에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겸임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신주류가 사실상 당권을 손에 넣었다. 황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이주영 정책위의장 역시 중도ㆍ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직전 당 지도부가'안상수 대표(친이계)_김무성 원내대표(범친이계)_심재철 정책위의장(친이계)'으로 짜여졌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권력 이동인 셈이다.
본래 중도파이지만 범친이계로 분류할 수 있는 원희룡 의원이 재보선 참패 이후 사퇴해 공석이 된 사무총장 역할도 사실상 신주류가 맡게 됐다. 친박계인 정희수 제1 사무부총장이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사무총장 권한대행을 맡기로 한 것이다. 집권여당의 살림과 사무처 운영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직은 상당한 권한을 가진 당직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은 지난 해 9월 연임에 성공한 친박계인 이해봉 의원이 이미 맡고 있다. 전국위 의장은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전당대회의 의장과 상임전국위 의장을 겸하는 자리여서 비중 있는 당직으로 꼽힌다.
결국 범친이계인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하면 당내 핵심 포스트에서 구주류 의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황 원내대표가 인선해 11일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은 원내부대표단과 정책위부의장단의 면면에서도 신주류 부상 경향은 뚜렷하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범친이계 출신이지만 친박계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정책위부의장 6명 중 3명이 신주류 의원들이고, 원내부대표단 13명 중에도 신주류 또는 중도파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내에선 "현재 구주류 의원들이 과반을 점한 비상대책위에도 신주류 의원들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친박계와 소장파의 당 장악은 '60일 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 구주류가 7월에 실시되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다시 찾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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