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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젊고 건강한 콩팥 유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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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젊고 건강한 콩팥 유지하기

입력
2011.05.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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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인상 깊은 수작이다. 막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다. 하지만 그 결말이 반드시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젊어진 겉모습과 달리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며 '그러면 콩팥 기능은 어땠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은 신장내과 교수인 필자의 직업병일까?

모든 생명체는 나이가 들면서 반드시 노화한다. 사람의 노화는 성(性)성숙기 전후부터 서서히 진행되지만 장기 노화속도는 꼭 그렇지는 않다. 대개 80세가 되면 고음 청력은 정상의 30%, 심박출량은 45%, 폐활량은 60% 정도 감소하지만, 간과 뇌의 중량은 비교적 잘 유지된다. 콩팥은 노화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장기로, 40~80세에는 정상인도 매년 1%씩 콩팥 기능이 떨어진다. 콩팥 기능 감소는 노화의 다른 특징인 혈관의 탄력성 감소와 함께 고령인의 절반 이상에서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만성 콩팥병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콩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줄면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을 해야 한다. 콩팥에는 사구체라는 작은 정수기가 한쪽에 100만개 정도씩 존재한다. 노화가 진행하면 사구체가 소실되면서 콩팥 기능은 점차 줄어들며, 당뇨병, 고혈압, 각종 콩팥 질환이 동반되게 되면 그 진행이 더 빨라진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노화된 콩팥을 가지고 있다. 노화된 콩팥을 가진 만성 콩팥병 환자가 콩팥 기능을 정상으로 되찾기는 무척 어렵다. 노화된 콩팥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80세 할머니 피부를 20대의 젊은 여성 피부로 되돌리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 치료의 당면 목표는 콩팥의 젊음을 되돌리기 보다는 노화로 인해 콩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콩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적의 치료법을 잘 알고 있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금연하며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적절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만성 콩팥병의 주 위험군인 당뇨병과 고혈압, 고령 환자는 정기적으로 혈액과 소변검사를 통해 콩팥을 관리하고 콩팥 노화를 촉진하는 약물 오남용을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 150세까지 살게 되면 노화에 의한 콩팥 기능 감소로 말년에는 거의 100% 투석을 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늙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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