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도와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내가 남한에 오길 잘했구나' 생각을 할 수 있게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드릴 겁니다. 걱정 마세요."
서울 양천경찰서 보안계에 근무하고 있는 김영덕(49) 경사는 11일 북한이탈주민인 양신옥(42)씨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KT에서 한빛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양씨에게 2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자리. 김씨는 "양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참 많이도 거절당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게 돼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후원금은 골수암을 앓고 있는 양씨 작은 딸의 치료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중학생인 작은 딸을 대신해 이날 후원금을 받은 양씨는 지난 2003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걸쳐 그 해 남한에 들어왔다. 하지만 데리고 온 두 딸이 모두 크고 작은 병에 걸려 있는 상황. 특히 둘째 딸은 북한에서 앓고 있던 백혈병에 더해 골수암 판정까지 받게 됐다. 양씨는 "몸이 아파도 두 딸이 모두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런 도움을 받으니 너무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김 경사와 양씨의 인연은 2008년 6월부터 시작됐다. 김 경사는 "부천에서 살다가 양천으로 이사를 온 양씨와 얘기를 하던 중 자신은 물론 두 딸 모두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현재 양씨와 같은 북한이탈주민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무료 구강 치료, 한 달에 한 번 영화 보기, 한국음식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 경사는 "양씨 가족에게만 아니라 조금이나마 가진 사람들이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건너온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텐데, 아직은 사회 분위기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후원금이 전달됐지만, 양씨 가족에게는 아직 많은 여정이 남아 있다. 아직 작은 딸의 골수를 찾지 못했고, 골수를 찾아 수술을 하더라도 오랜 입원 생활을 해야 한다. 예상 치료비만 해도 2,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아마 북한에 있었더라면 우리 가족은 지금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아프지만 밝게 웃는 딸을 보면서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할 뿐이다." 양씨는 김 경사에게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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