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최종 입지를 대전 대덕특구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대구∙경북과 광주 등 일부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당시 영남권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지난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남 진주 이전 결정에 따라 전북 지역이 항의에 나선 데 이어 다시 지역 민심이 크게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 결정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각 지역별로 찢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16일 발표하는 과학벨트 거점지구 입지는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의 신동지구(169만9,000㎡)와 둔곡지구(200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핵심 연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선다.
거점지구와 연계해 응용연구와 개발연구, 사업화를 수행하게 될 기능지구로는 충북 청원군 오송이나 오창 등이 유력하다. 세종, 천안, 아산시도 기능지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약 50개로 예상되는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연구단 중 절반은 연구원 내부에, 나머지는 외부에 둘 것으로 보인다. 외부 연구단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나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기대(UNIST), 포스텍 등 대전과 유치 경쟁을 벌였던 영ㆍ호남 지역에 분산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에 따르면 기능지구나 연구단은 거점지구와 별도로 배치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학벨트의 최종 입지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관련 시설이 많은 대전이 유력하다"며 "이밖에 나머지 25개 분원은 광주와 대구 등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과학벨트 입지 선정 최종안을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북도와 광주 등 탈락 지역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13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간 김관용 경북지사는 15일"영남권신공항 무산에 이어 과학벨트도 충청권으로 간다면 지역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하면서 정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고, 충청권도 과학벨트의 영ㆍ호남 분산 배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처럼 대규모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 갈등이 심해지자 정부의 국정 운영 및 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타당성을 분석한 뒤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며 "집권한 뒤에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공약 이행을 천명한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는다면 지역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지나치게 유치 경쟁에 불을 붙였고,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핌피 현상(PIMFYㆍ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지역이기주의)이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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