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연쇄 폭발 사건은 폭발물 비전문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쪽의 물품보관함에서 발견된 폭발물 구성이 거의 일치함에 따라 경찰은 두 사건의 범인이 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 두 곳 모두 폭발이 아닌 파열에 그쳐 범인은 폭발물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폭발은 부탄가스 등에 담긴 인화성 가스가 연소하면서 화염을 동반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열기에 의해 용기가 파열됐을 뿐이란 것이다. 두 곳에서 발견된 부탄가스통과 20l짜리 가방, 국내 R사의 12V 배터리, H사의 디지털타이머, 전선 등이 같다는 점에서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봤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타이머와 발열체, 배터리, 부탄가스로 기폭장치를 만들었다. 타이머가 지정된 시간에 철선으로 된 발열체를 가열했고, 발열체는 유리용기 안에 담긴 화약과 닿아 불을 내면서 부탄가스통을 파열시킨 것이다. 잔해에서는 폭죽용 화약에 사용되는 염소산칼륨과 황, 마그네슘, 알루미늄 성분과 화약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용기 파편이 발견됐는데, 조사 결과 인명살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수준이었다.
경찰은 "폭발물은 고교생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용의자는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기과시욕이 강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폭발사건 당일 오전 용의자가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넣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과 함께 인근의 CCTV 200여대의 영상을 확보하고, 폭발장소 근처의 교통카드 이용내역 등을 토대로 인상착의와 이동 경로를 수사 중이다. 또 범행용구를 판매하는 업체를 탐문하고, 폭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기폭장치를 재구성해 모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2호선 역삼역 개찰구 근처, 오후 6시께에는 양천구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7번출구 근처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상자가 있다는 등 신고가 잇따랐지만 모두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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