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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축제의 밤, 축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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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축제의 밤, 축제의 노래

입력
2011.05.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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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대화는 다음 주로 다가온 5월 축제에 대한 이야기로 즐겁다. 내가 저들 나이의 대학생일 때와는 축제 모습이 변했지만 축제라는 말이 주는 경쾌한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축제란 말에 선생인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요즘 축제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에 관심이 많다.

덩달아 육군 취사병 출신인, 스스로는 '전설의 셰프'라고 자랑하는 규성이의 몸값이 올라간다. 다들 좋은 조건으로 규성이를 스카우트하려고 한다. 규성이는 맛있고 푸짐하지만 이윤의 폭이 큰 메뉴와 그 식재료를 도매로 구입하는 거래처까지 꿰고 있다. 그 시절 축제는 전야제 파트너가 누구인지가 최고의 관심이었다.

그땐 학교 정문을 닫아걸고 파트너가 있는 학생만 '축제의 밤'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다들 미팅을 통해 파트너 구하기에 바빴다. 대학에 입학해서 맞이한 첫 축제에 나는 파트너 문제로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부터 홀어머니를 내 축제 파트너로 정해 놓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어머니는 40대 초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나는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축제에 입장했다. 교문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격려의 박수를 쳐 주었다. 어머니가 있어 아름다운 축제의 밤이 되었다. 이제 호호 할머니가 되어 버린 어머니. 그 축제의 밤을 기억할까. 다시 한번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축제의 노래를 듣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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