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실시된 국회 246호 회의장. 사회자인 이윤석 의원이 김진표 의원 31표, 강봉균 유선호 의원 각 26표의 1차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후보 3명은 동시에 표정이 굳어졌다. 2, 3위 동수도 전례가 없지만 1위와 2위 차도 5표로 박빙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초 혼전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피말리는 접전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1차 투표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해야 하지만 2위가 동수인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다소 논란도 있었다. 당장 유 의원이 "과반이라는 절대 다수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결선을 치르는 것"이라며 결선 재투표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ㆍ당규는 이 경우 전체 후보 3명을 대상으로 하는 2차 투표를 실시해, 최고 득표자를 원내대표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차 투표에서는 유 의원의 지지표 15표가 이탈해 강 의원에게 10표, 김 의원에게 5표로 각기 분산됐다. 유 의원을 지지했던 천정배 최고위원 중심의 쇄신연대 의원들이 강 의원으로 돌아섰고, 박지원 원내대표 측근 의원들이 김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하반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나서려는 박 원내대표가 호남 당 대표에 가장 어울리는 수도권 원내대표를 파트너로 선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 대표가 중립을 선언함으로써 손학규계 의원들은 프리 보팅(free voting∙자유 투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뿐 아니라 김 원내대표까지 수도권 출신이어서 민주당은 그야말로 수도권 지도부 체제를 갖추게 됐다. 내년 총선에서 호남을 수성하는 한편 수도권에서 약진하고 영남으로 동진함으로써 '전국 정당'을 이뤄내야 한다는 당심(黨心)을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인천 출신의 황우여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도 다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연말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호남 당 대표와 수도권 원내대표로 지도부의 지역구도가 재조정 될 수도 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정세균 최고위원이 계파 핵심인 김 신임 원내대표를 앞세워 대권이 아닌 당권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에도 지역구도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
어쨌든 친노그룹을 포함한 정세균계 의원들은 이번에 김 원내대표를 집중 지원해 구당권파의 위력을 과시했다.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정책위의장 등 후속 당직 인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당 쇄신 차원에서 사임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러닝메이트 체제인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은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임명한다. 후임으로는 재선의 우제창 박영선 의원과 초선의 이용섭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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