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태양열로 빚은 맥주를 판매하고, 풍력으로 돌아가는 게임기를 설치한 호프집이 등장해 고객을 끌고 있다고 한다. 리바이스의 친환경 소재 프리미엄 진, 에코백, 재활용 포장재 등 녹색 컨셉을 비즈니스에 통섭하여 성공하는 사례들은 점점 늘고 있다. 금세기의 소비자들은 녹색 지구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에너지는 곧 석유'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에너지 루트를 고민하고 환경을 생각하는'그린라이프'열풍이 전 지구의 생활양식과 경제 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석유는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준 반면 지구 온난화와 고유가라는 난제를 안겨주었다. 대안으로 가장 먼저 주목 받았던 원자력 에너지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인해'신뢰의 위기'라는 거래비용을 포함하여 사회적 비용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린 오션'으로 묘사되는 그린 비즈니스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특히 부존자원이 없어 거의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여 쓰는 우리나라에 있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그린 마켓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일찍이'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필연적이다. 녹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구체적 목표와 액션플랜이 담긴'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민관 합동으로 총 4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전략에는 2015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부문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수출 362억달러, 고용 11만명 수준의 세계 5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정책적으로는 대규모 발전사에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발전토록 하는'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 공급의무자는 2012년 2%의 의무비율로 시작하여 2022년까지 총발 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된다. RPS 시행은 신재생에너지원간 및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근간이 되는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린 비즈니스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이미 신재생에너지 시장 기반을 공고히 해놓은 유럽 선진국들을 위시로 대두되고 있는'녹색 보호주의'역시 신재생에너지원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기술력을 선점한 선진국들은'녹색'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수입제품에 대해 강력한 환경 장벽을 세워나가고 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들은 환경오염과 고갈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이상적 에너지원이자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환경적, 기술적 제약과 저장 및 활용의 어려움 때문에 석유에서 신재생에너지원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당장 이뤄내기는 어렵다. 석유 소비를 최대한 절제하면서,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아 석유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BP는 회사명을 영국 석유회사(British Petroleum)가 아닌'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로 이해해 달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석유회사일지라도'녹색'이라는 메가트렌드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소비하고 고갈'되는 에너지가 아니라'창조하고 재활용하는'녹색 에너지의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녹색경쟁력은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지혜와 당장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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