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을 흔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리실에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첫 날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채찍이 시스템 자체를 깰까 봐 걱정"이라며 "(금융)감독권은 그냥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다"는 말로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에 반기를 들었다.
사실 금융감독 기능이 업종 별로 분산돼 있던 과거에도 감독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중요한 건 (체계 개편이 아니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검사형태나 인력ㆍ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위도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떼이고 울부짖는 저축은행 예금주들에게 용서를 빌고 자숙해야 할 때다. 저축은행 사태 책임자의 한 사람인 김 위원장은 현행 통합 금융감독체계를 만든 당사자로서의 소신을 고집하기보다 겸허하게 개혁에 힘을 보태야 한다.
금융감독 개혁의 당면 목표는 감독기관과 금융회사와의 유착 근절, 건전한 감독기능 회복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유착 근절을 위해서는 이미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가 점령한 금융회사 상근감사제의 폐지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금융회사 자체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건전한 감독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독기관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 기능적으로 최대한 독자적 위상을 갖도록 하는 게 좋겠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인 금융위와 현행 금감원의 애매한 '주종관계'를 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감독기관 독립을 추진할 경우, 노조가 활동하는 금감원의 반관반민(半官半民) 체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문제다.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직원들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높일 수도 있지만, 순수 감독기능을 제외한 인ㆍ허가권이나 징벌권을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권 후반기에 시작된 이번 혁신 작업은 조급하게 추진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6월에 혁신방안을 내놓겠다는 TF팀의 행보가 우려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목표시점을 넘기더라도 견실한 대안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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