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 행사서 최연소 국무총리표창 받은 고예란양
"개그맨도 되고 싶고 앵커도 해보고 싶지만 저는 그냥 아이들 낳아 잘 기르고 집안 살림 잘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11일 열리는 제6회 입양의 날 행사에서 정부 포상 역사상 청소년으로는 처음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입양아 고예란(15)양의 소박한 꿈이다.
생후 15개월 무렵이던 1997년 가정불화를 겪던 생부모의 품을 떠나 광주 영아임시보호소에서 해외입양을 기다리던 고양은 그해 11월 보호소 탁아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던 어머니 엄진경(50)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아들만 둘을 낳아 기르면서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엄씨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고양을 딸로 받아들였다.
생모가 예란양을 임신했을 때 몸조리를 잘 하지 못해 고양도 어린 시절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차차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을 갖게 됐다. 학교에서는 오락부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명랑하고,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성격도 적극적이다. 외모 가꾸는 데 눈을 뜰만한 나이지만 치마보다는 바지 입는 것을 좋아할 정도다.
고양은 일곱살 되던 2002년 동생 예빈(9)양이 입양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 엄씨와 아버지 고경석(52)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구김살 없이 자라났지만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2006년에는 생모를 만났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길러준 부모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졌다 한다. 고양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거나 하지 않으며 입양관련 TV 프로그램에 '홍보대사'로 출연도 했다. 2006년 제1회 입양의 날에는 입양아 대표로 개회 선언을 하기도 했다.
고양은 "상을 주신다니 영광이고 개인적으로 기쁘다. 앞으로도 입양 홍보를 많이 하겠다"며 "입양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만큼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하루빨리 좋은 가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입양 문화를 홍보하고 입양 관련 유공자를 격려하기 위해 1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6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장상천 대한사회복지회 회장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고 입양 아동 사진으로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진작가 조세현씨, 해외 입양아를 위해 통역봉사를 해온 김진일씨 등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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