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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학적 접근으로 사회상을 끌어안은 5월의 연극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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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학적 접근으로 사회상을 끌어안은 5월의 연극 무대

입력
2011.05.1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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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말마따나 타인은 지옥일지도 모른다. 싫은 기색을 간신히 참으며 팔과 팔을 맞대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 타인의 시선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갖가지 치장들, 주방이란 극히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5월의 연극 무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동물인 인간들 간에 교호되는 갖가지 유ㆍ무형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다.

50여석의 자리가 서로 대치해 있는 형국의 객석. 관극이라 할 만한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무대라 하는 데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는 객석 간에 형성되는 어떤 긴장감을 실제적으로 감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두산아트센터의 ‘디 오써(The Author)’는 폭력에 대한 연극이다. 그 무대에 얽힌 잡다한 사실을 들려주는 네 명의 배우가 위치하는 곳은 객석 사이다. 동영상 등 이미지가 펼쳐지기도 하는 무대는 본질적이고도 비매개적인 방식으로 객석의 등을 떠민다.

김영필 김주완 등 극단 골목길을 중심으로 한 연기파 배우들의 완력이 객석으로 하여금 연극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두산아트센터의 ‘경계인 시리즈’ 1편이기도 하다. 이어 2편으로 ‘백년, 바람의 동료들’이 준비돼 있다. 팀 크라우치 작, 김동현씨 연출.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02)708_5001

극단 한양레퍼토리는 외모 지상주의에 내몰린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과 벌이는 나날의 풍경을 속도감 있게 보여 준다. ‘팻 피그(Fat Pig)’는 일상적 연애담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연극이다. 다이어트나 화장 같은 사소한 삶의 풍경을 되도록 가볍게, 일상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연기로 그려 낸다. 무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의견과 시선, 트위터 등 무수한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을 교묘하게 한정 짓는 양상이다.

화장 같은 일상적 생활은 물론, 종교 등 가치 체계까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어떤 식으로 변질되는지가 드러난다. 동시에 인간의 의지란 얄팍하며, 그것을 방해하는 사회의 각종 규제와 인습은 완강하다는 사실도 여지없이 보여 준다. 그러나 무대는 결코 무겁지 않아 하나의 유쾌한 풍자에 접근하고 있다. 닐 리뷰트 작, 최형인씨 연출. 27일부터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오픈런. (02)764-6460

좁다란 주방은 일상의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치 코드가 고도로 작동하는 곳이다. 국립극단의 ‘키친’은 생선찜 베이커리 생선튀김 등 전문 분야로 나뉜 자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우리 세상을 이야기한다. 부지불식간에 뛰쳐나오는 편견과 오만, 노동자 계급에 대한 적대감과 연민 등이 노출되면서 무대에는 정치와 사회를 재구성하는 영국인 특유의 입심이 자욱하다. 놀드 웨스커 작, 이병훈씨 연출. 김나무 이창직 등 출연. 20일~6월 12일 명동예술극장. 1644_2003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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