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백병동 50년 정리 작품전 가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백병동 50년 정리 작품전 가져

입력
2011.05.10 04:40
0 0

작곡가 백병동(75)씨는 백석대 명예교수로 있다가 목이 안 좋아져 지난 학기 그만뒀다. 5년에 한 번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곡 발표회를 가져 온 그가 이번에 음악 동료들과 ‘작곡 50년의 궤적_인성(人聲)에 관한 각서’를 펼친다. “(외부에) 얼굴 내미는 것을 거의 혐오”해서일까, 그와의 대화는 오히려 묘하게 즐거웠다.

_작곡 50년이 된다는데.

“1961년 ‘교향적 3장’으로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을 탄 게 데뷔인 셈이다. 96년 환갑 때의 ‘작품전’, 2001년 서울대 정년 퇴임 기념‘관현악 작품전’, 2006년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콘서트를 잇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크다.”

_곡을 성악에 초점 둔 이유는.

“돌아보니 성악만 갖고 펼친 작품전이 뜸했다. 인간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겸, 나 자신과의 약속을 확인하고 검증할 겸 갖는 자리다.”

_왜 하필 인성인가.

“시의 내용을 살리면서 인간미가 깃든 노래를 항상 고민해 왔다. 그 주제 아래 연대별로 정리, 스스로를 객관화해 본 거다.”

_초연되는 ‘물수제비(차라리 희극이기를)’는 어떤 작품인가.

“부천 성고문 사건을 희화한 시를 보고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대용 음악으로 만들었다. 소프라노 세 명, 혼 네 대, 무용수 3명이 함께 만드는 8분의 무대인데 세 소프라노가 절규하면 혼이 제3자의 입장을 들려준다. 무용은 그 둘을 묶어준다.”

_동시대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는 의미에서 선생님의 작품 중 독특한 위상을 갖는 ‘대사 더듬기’도 선보이는데.

“1970년대 군사정권의 암울함을 꼬집은 내용의 작품이다. 작품 때문에 김영태 시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할말 못하는 소시민의 뒤틀린 감정을 무반주 합창으로 그렸다.”

_이번 자리의 개인사적 의미는.

“64년 ‘가곡의 밤’ 이후 두 번째 성악 작품전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곡이란 곡의 규모가 작아 누구든 쓸 수 있다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는데 성악곡의 효용성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가곡이 중요 장르로 격상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반주를 많이 넣은 것은 그래서다.”

_협연자들과는 친한가.

“물론이다. 평소 곡도 써 주고, 마음도 잘 맞는다. 나는 연주자들에게 간섭 안 한다. 그들에 의해 새 세계가 열리는 것을 즐기니까. 바흐를 혁명적으로 해석한 글렌 굴드처럼 누군가가 내 작품에 혁명을 일으켜 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_나이가 든다는 의미는.

“달관이 아니다. 소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노인이 나타나면 싫어하는 세상을 보고 시대 변화를 절감한다. 자연스럽게 나는 소외자 입장에 서게 됐다.”

팁 하나. 이번 팜플렛의 맨 앞장에 원고지에 쓴 콘서트 명 ‘인성(人聲)에 관한 각서’라는 필적은 바로 그의 것이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악필”이라 했다.

TIMF앙상블, 소프라노 박문숙, 테너 박현재, 기타 이성우, 피아노 서정은씨 등 출연. 연출은 최우정씨.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2)586_0945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