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을 보면 모두 건강하고, 예쁘고, 착하고, 활발합니다. 이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니 괴로울 일이 있겠습니까. 가르치는 일은 기쁨이고, 최고의 직업입니다."
전북 전주시 전주영상미디어고 임길영(60) 교장의 가족은 모두 '배워서 남 준' 사람들이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 가운데 교육자만 무려 9명. 이들의 교직경력을 합치면 200년이 넘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임 교장의 가족을 '교육가족상' 수상자로 선정해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상과 행운의 열쇠(50만원 상당)를 전달한다. 이번 기념식에는 임 교장의 가족 외에도 3대에 걸쳐 교원으로 근무한 9가족이 '교육 명가'로 선정돼 상을 받는다.
임 교장은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1970년부터 교단에 서기 시작해 올해로 41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로 아래 동생 기영(57)씨는 전북대 교수로 20년째 재직 중이고, 둘째 동생인 을영(55)씨는 전북 이리고 교감이다. 막내 여동생 명희(51)씨도 30년 경력의 교사로 전북 정읍 감곡초등학교에서 근무중이다. 임 교장의 4남1녀 형제 가운데 큰 형님만 빼고 모두 학생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임 교장의 부인 권혜숙(55ㆍ전북 익산어양초)씨도 34년째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여동생 명희씨의 남편 이한희(정주고)씨도 교사다.
임 교장은 "가족 중에 교사가 된 것은 내가 처음인데 교직처럼 보람 있고, 존경 받는 직업이 또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평생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이라 동생들에게도 교육자의 길을 권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배우는 일에도 매진해 2002년 전북대에서 농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임 교장은 "집안은 가난했지만 할아버지가 마을 훈장이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내가 교사로서의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라고 말했다.
교육자의 피는 임 교장의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졌다. 큰 딸 현주(32ㆍ전주 기린초)씨와 작은 딸 현경(30ㆍ경기 의정부 배영초)씨가 교사이며, 전주교대를 졸업한 임 교장의 동문 후배이기도 하다. 현주씨의 남편인 박지용(전북 수곡초)씨도 역시 초등학교 교사로, 임씨 부부는 대를 이은 '교사 커플'이다.
카이스트에서 생명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막내 아들 수환(27)씨도 교수의 꿈을 키우고 있어 조만간 임 교장의 교육가족은 1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집안에 교사가 많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임 교장은 "딸들과 함께 살 때는 집에 '임 선생님'만 3명이었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전화해서 엉뚱한 임 선생님에게 자녀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전화를 받으면 어느 학교 학부모인지 신원 조회하듯 꼬치꼬치 캐물어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며 "현장 교사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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