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 6명이 동시에 발생하고, 이중 5명이 산모라는 소식(본보 9일자 12면)에 임산부와 그 가족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점과 함께, 만삭이 될수록 기침ㆍ가래뱉기가 쉽지 않아 폐질환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일단 "이번 바이러스가 산모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임산부는 태아를 위해 약을 복용하지 않기 때문에 병이 악화하고 환자가 늘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한참 유행했을 때 미국에서 사망자 중 임신환자의 비중이 아주 높았다"며 "임산부의 호흡기질환, 합병증 발생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그런 현상은 확인됐지만, 그렇다면 '왜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종화 교수는 "임산부는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며, 임신초보다 만삭의 임산부일수록 면역력은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만삭이 되면 횡경막 활동이 여의치 않고 허리를 구부리기 쉽지 않아 기침을 하기가 어렵게 되고, 또 가래를 잘 뱉지 못하게 된다"며 "가래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폐 속에 그대로 있으면 바이러스 활동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려면 기본적으로 (면역력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피곤한 것을 피하고, 또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래를 뱉기 어려울 때는 가습기 등을 켜서 습기를 높여주면 가래가 묽어지기 때문에 더 쉽게 나오지만, 가습기는 오히려 바이러스 생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가래ㆍ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일단 호흡기 내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월 영남지역에서도 9개월의 임산부가 바이러스 폐렴 진단을 받고 2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친척이라고 밝힌 A씨는 "매우 건강하던 산모가 모든 장기가 손상된 채 2주 만에 사망해 가족들 모두 충격이 컸으며,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폐렴과 발병 유형이 거의 흡사하지만 같은 바이러스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이는 제왕절개로 살렸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입원 중인 6명의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사례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