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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학교 폭력] 보이지 않는 폭력이 왜 더 무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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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학교 폭력] 보이지 않는 폭력이 왜 더 무서운가

입력
2011.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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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대화가 뚝 끊깁니다. 그리고 자기 발 밑에 침을 뱉는데, 그게 사실은 나를 향해 뱉은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손석한 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최근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은 한 청소년의 하소연을 전하면서 학교 내 언어ㆍ심리적 폭력이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유형은 마치 상대방이 눈앞에 없는 듯 행동하는 ‘집단 무시’다. 이 경우 피해자가 받는 심리적 상처는 매우 크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전학을 원하지만, 가족이 이사를 하지 않는 한 이마저도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기 십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는 이미 2008년부터 ▦별명 부르기 ▦험담하기 ▦빈정거리거나 조롱하기 ▦나쁜 소문 퍼뜨리기 ▦위협적인 행동(여러 학생이 한 명의 학생을 향해 반복적으로 하는 윙크도 포함) ▦음란한 눈빛과 몸짓 ▦행동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 ▦인터넷 카페나 학교 게시판에 협박 글을 올리는 것 등을 학교폭력으로 예시하고, 이를 예방하도록 일선학교에 지침을 보냈다.

하지만 가해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준거집단이 가정에서 또래집단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학교 친구들부터 지속적으로 흉이나 욕을 듣게 될 경우 그 심리적 상처는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을 우려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저연령 소년의 비행실태와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10~12세 청소년의 58.6%가 ‘친구가 내 흉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57.6%가 ‘친구가 나에게 욕을 한 적 있다’고 답할 정도로 언어폭력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SOS지원상담팀장은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한 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으로 집단 언어폭력에 시달리다가, 중학교 때 ‘모든 친구들이 자기를 해치려 한다’는 망상으로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청예단을 찾았던 예를 들며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 학생은 4년간의 지속적 상담을 거친 후에야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대학 진학에도 성공했으나, 망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군대에 갈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손석한 원장은 “학교 체벌금지 이후 학생들 사이의 신체적 괴롭힘도 줄어들었으나, 대신 언어ㆍ심리적 폭력 피해 청소년들이 병원을 찾는 빈도는 한 달에 2~3명 꼴로 늘고 있는 추세”라며 “언어ㆍ심리적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정영오기자 youn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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